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 개정안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재벌 총수의 배임ㆍ횡령죄에 대해 사실상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하도록 법정형을 끌어올린 것이 골자다. 가장 많이 제기된 의문이 위헌 소지다. 2006년 4월 헌법재판소는 전원재판부 결정에서 금융기관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5,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특경법 5조 4항 1호가 위헌이라고 보았다.
■ 이 결정으로 헌재는 특경법 5조 4항 1호와 특정범죄가중처법(특가법) 2조 1항 1호 위반 범죄를 따로 가르지 않았던 기존 판단과 결별했다. 두 특별법은 기존 법률에 의한 처벌만으로 부족해 가중 처벌해야 한다는 입법취지가 닮았고, 똑 같이 5,000만원 이상의 금품 수수가 대상이다. 변경 전의 헌재 판례는 두 특별법에 대해 폭넓게 입법재량권을 인정하는 한편 법정형에 '사형'이 없어 살인죄와 비교해도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지 않았다고 보았다.
■ 헌재가 갑자기'입법권의 자의적 행사'라고 지적하고, 살인죄도 집행유예가 가능한 것과 비교해 부당하다고 본 이유가 궁금했다. 헌재 결정문에서 직접적 이유를 찾긴 어렵다. 다만 금융기관 임직원의 수규(守規) 책임에 대한 시각 변화가 눈에 띈다. 금융기관 임직원은 공무원에 버금가는 청렴성과 업무의 불가매수성(不可買收性)이 요구된다고, 특가법상 공무원 수뢰와 비슷한 책임을 지운 것과 달리 새 판례는 변호사ㆍ공인회계사 수준이라고 보는 데 그쳤다.
■ 이 결정의 대상이 법원의 위헌심판 신청 기각 결과인 '헌바'가 아니라 법원이 제청한 '헌가'사건이란 것도 '가점'의 배경일 듯하다. 이를 빼면 특가법과 특경법의 '사촌 조항'에 대한 헌재의 엇갈린 판단은 '공무원 또는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자'에 비한 책임의 경중이 주된 잣대로 여겨진다. 특경법 개정안을 둘러싼 법률적 논란도 결국 '재벌 총수'의 사회적 책임의 경중에 대한 평가, 그 배임ㆍ횡령 행위가 공무원의 수뢰에 견줄 만한지에 달린 셈이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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