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끝내 수단 소속으로 출전하길 거부했다. 그에게 '남수단'이 아닌 수단의 국기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수 십 년간 내전 끝에 200만명의 남수단 주민이 희생되는 것을 지켜봤던 마라토너 구오르 마리알(28)에게 조국은 하나뿐이었다.
지난해 7월9일 수단으로부터 분리된 남수단은 이번 런던 올림픽 참가가 무산됐다. 살바 키르 남수단 대통령이 직접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편지까지 썼지만 지난달 28일 돌아온 답장은 실망스러웠다. 새 회원국이 올림픽에 참가하려면 최소 2년이 지나야 한다는 IOC 규정 때문에 남수단의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 하다는 것.
IOC에서는 마리알에게 수단 소속으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는 "내 가족과 친지 28명을 내전으로 잃었다"며 "내가 만약 수단 선수로 출전한다면 고국의 배신자가 되는 것이다"고 거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결국 남수단 마라톤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마리알의 꿈도 사라졌다. 전 세계 국가 중에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 국가는 남수단을 포함해 3개국(바티칸 시티, 코소보)뿐이다.
남수단에서 태어난 그는 14세 때 내전을 피해 해외로 도피했다. 수 많은 가족들을 잃은 그에게 선택의 자유는 없었다.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고생 끝에 16세 때 미국에 도착한 그는 지난달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개인 최고인 2시간12분55초의 기록을 세우며 올림픽 첫 출전에 대한 꿈을 키워갔다. 그는 "메달권은 힘들겠지만 적어도 15~20위는 자신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키리노 히탱 오푸호 남수단 체육부장관은 남수단의 스타 마라토너 마리알의 출전이 불발된 것에 대해 "너무나 실망스러운 결과다"라며 큰 아쉬움을 표했다.
런던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내 꿈은 남수단 국가대표로 뛰는 것이다. 이제 그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고 힘줘 말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