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요?" 스마트폰을 손에 쥔 노숙인 강인식(가명ㆍ48)씨의 가슴이 쾅쾅 뛰었다. '뭐라고 말할까' '뭘 눌러야 하나' 큰 딸 미진(가명ㆍ17)에 대한 그리움과 기계에 대한 낯설음이 뒤섞인 채 아버지의 굵은 엄지 손가락은 한참 동안 전화기 자판 위를 헤매다 겨우 한 글자를 찍었다. "응" 그리고 돌아온 미진의 답. "아빠, 보고 싶어요."
강씨 눈에 눈물이 맺혔다. 곧이어 두 손가락을 펴 보이며 앙증맞은 표정으로 찍은 긴 생머리의 미진이 사진이 도착했다. 강씨의 주름진 얼굴에 가득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마냥 어색하게만 보이는 자신의 사진을 담아 답장을 보냈다.
노숙인 아버지와 고1 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5년 전 자영업을 하다 실패한 강씨는 부인과 이혼하면서 두 딸과도 헤어졌다. 그 후 뇌출혈 후유증으로 언어장애가 생겨 취직이 어려워진 강씨는 노숙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딸의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강씨는 "애들하고 사진도 주고 받고 얘기도 하고, 그게 제일 좋네요. 애들 대학도 보내고 시집도 보내야 하니까 더 희망을 갖고 살아야죠"라며 빙긋이 웃었다.
노숙인 이청수(가명ㆍ37)씨는 7년간 소식이 끊겼던 동생을 SNS를 통해 찾기도 했다. 동생과 함께 고아원에서 자란 이씨는 20살 때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해 노숙을 시작하면서 동생과 연락을 끊었다고 한다. 그렇게 7년이 지난 올 초 일을 시작하면서 이씨가 동생을 다시 찾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큰 도움을 준 것은 트위터였다. 이씨는 트위터 사용법을 배운 후 동생과 이름이 같은 300명 가량의 사용자들에게 일일이 "이청수 동생 아무개씨가 아니신가요?"라는 멘션을 보냈고 4일만에 이씨는 "맞는 데 누구신지, 형이야?"라는 답장을 받았다. SNS에 푹 빠진 이씨는 이제 다른 동료들에게 페이스북 사용법을 설명해 줄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다.
사회적기업 빅이슈코리아가 주관하고 서울시와 미디어교육연구소, 아이즈비젼의 도움으로 17, 18일 양일간 충남 아산시 BCPF 콘텐츠 학교에서 '홈리스 소셜미디어 교육'이 진행됐다. 빅이슈는 서울시가 시민들로부터 기부 받은 중고 스마트폰을 김씨와 이씨를 비롯한 참가 노숙인 15명에게 전달하고 스마트폰 활용법과 SNS, 구직 애플리케이션 사용방법을 설명했다.
빅이슈코리아 진무두 사무국장은 "거처할 장소와 무료 급식도 중요하지만 이분들이 재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적 관계망 복원"이라며 "SNS를 통해 노숙인들과 사람들의 소통이 늘어날수록 노숙인에 대한 인식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교육을 수료한 노숙인들에게는 선불 이동통신업체 아이즈비젼의 후원으로 1인당 2만원가량 충전(월 기본료 6,000원)이 된 스마트폰이 지급됐다. 진 국장은 "2만원 이후부터는 본인이 직접 벌어 충전해야 한다"며 "충전금액이 바닥나더라도 와이파이 지역에서는 통화나 문자 이외의 기능 사용이 가능하도록 해 노숙인분들이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와 아이즈비젼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계속 돕기로 했다"며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스마트폰 기부에 동참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기부문의 빅이슈코리아 (02)766-1115
아산=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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