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의 후(後)폭풍이 거세다. 대출자와 시민단체는 물론 재계, 정치권까지 “철저한 진상 조사와 더불어 은행의 부당수익을 반납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만일 담합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지난해 금융권 탐욕을 규탄했던 ‘월가 점령 시위’(Occupy Wall Street)가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관련기사 3면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CD 금리 연동으로 빚을 낸 가계는 420만명에 달한다(소비자단체는 1,000만명 추산). 이들이 부당이득 반환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에 나설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전날 소송 의사를 밝힌 금융소비자연맹(본보 19일자 1면)엔 이날 CD 금리 담합 관련 소송에 대한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시민들의 분노로 도배됐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트위터에 “몇 년 동안 뻔히 보이는 짬짜미 의혹을 금융위원회가 과연 모르고 있었을까요? 국민이나 소비자보다는 자신들 관할 업계를 챙기는 게 우선인 정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요”라고 꼬집었다. 네티즌들은 “소송이 아니라 (은행이) 의무 반납하라”, “무능한 금융당국부터 처벌하라” 등의 비난 글을 올렸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그간 시중금리가 내려가도 대출금리는 내려가지 않는 기현상에 대해 중소기업계도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상황은 외면한 채 배 불리기에만 급급한 은행과 증권사의 담합 여부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야당은 “이명박 정권 금융감독기능의 총체적인 무능과 부실”(민주통합당),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노회찬 통합진보당 의원) 등으로 공세에 나섰다. 담합 여부가 확인되기도 전에 정국을 강타할 태풍으로 커질 조짐이다.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자 이날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CD 관련) 제도 개선을 더 빨리 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담합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공정위) 조사가 나오는 것을 봐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금융시장도 충격파에 휩싸였다. 증시에서 은행주는 0.33% 떨어져 이틀째 약세를 보였고, 증권주도 0.18% 내렸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CD 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 수입 감소, 과징금, 소비자들의 집단소송 등 3가지 악재에 직면한 은행주는 1개월 정도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CD 금리는 0.01%포인트 떨어진 3.21%로 나흘 째 하락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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