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았을까 잡혔을까
울산 남구 장생포. 예부터 고래로 유명한 이 포구엔 고래에 대한 상반된 두 개의 문화가 공존한다. 하나는 고래를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문화이고 다른 하나는 고래를 먹을 거리로 삼는 문화다.
포구 저편에 고래연구소,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등 현대식 건물 몇 채가 눈에 띈다. 박물관에는 고래 뼈가 전시돼 있고 생태체험관에 가면 일본에서 데려온 큰돌고래를 구경할 수 있다. 2009년 이곳에 온 돌고래 세 마리는 주민증까지 부여된 '명예시민'들이다. 매 주말에는 옛 포경선을 개조한 고래바다여행선이 운항한다. 현재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된 장생포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들이다.
그러나 건너편 식당가로 가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여기서 고래는 더 이상 지켜줘야 할 멸종위기의 해양동물이 아니다. 단지 고기일 뿐이다. 2,3인이 먹을 수 있는 고래 모듬수육 한 접시는 보통 7만~10만원. 쇠고기보다 훨씬 비싸다.
무슨 종류의 고래인지는 쓰여 있지 않다. 다만 식당 주인들은 "우리 식당은 (맛없는 돌고래가 아닌) 밍크고래만 판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울산에는 단 두 종류의 고래만 있다. 밍크고래와 밍크고래라고 주장하는 고래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하나의 동물을 한 쪽에선 보호의 대상으로, 다른 한쪽에선 식욕의 대상으로 삼는 장생포의 두 얼굴이 외지인들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정작 장생포 주민들은 이런 시각 자체가 오히려 불편하다. 한 주민은 "오랫동안 고래를 잡아서 먹어왔다"며 "그래서 고래를 관광자원으로 보는 것이 어색하다"고 말했다.
사실 장생포는 1899년 러시아가 이 지역을 포경기지로 삼아 조차했을 때부터 포경이 공식 금지된 1986년까지 약 100년간 작살로 고래를 잡아 온 지역이다. 고래를 먹는 문화는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른 게 식문화인데, 왜 고래요리를 야만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문제는 식문화 자체가 아니라 포경행위다. 포경은 국제적으로 금지된 규칙이다. 포경금지 이후 이곳에서 팔리는 고래고기는 그물에 걸린(혼획) 고래들이지만, 어쩌다 걸린 고래만으론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 보니 불법 포경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포경위원회(IWC)에 보고된 불법 포획 23건 중 21건이 우리나라의 사례다.
고래잡이에 대한 국민적 시각도 별로 관대하지 않다. 2009년 여론조사에서 포경에 대한 찬성은 15.4%에 불과했고, 반대응답이 67.9%로 압도적이었다. 울산 시내 한 식당주인은 "울산에서도 고래고기를 찾는 손님은 대부분 50대 이상 울산 토박이들"이라며 "외지출신의 젊은 손님은 거의 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고래고기와 포경문제가 새삼 논란이 된 건 이달 초 정부가 갑자기 "과학적 용도의 포경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부터다. 장생포는 환영했지만, 뜬금없는 포경선언에 국내외에선 비난이 빗발쳤다. 오영애 울산환경운동연합 실장은 "보호동물인데 발견자에게 유통권한을 주는 것이 문제"라면서 "마리당 수천만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보니 불법포경도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거센 비난이 쏟아지자 정부가 부랴부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는데 그러자 이번엔 장생포 주민들이 과천정부청사로 올라와 포경허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장생포와 고래는 졸지에 뜨거운 감자가 됐다. 주민들은 지금도 '식문화로서 인정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보호동물을 포획한다는 비난과 포경 금지 분위기를 감안하면 쉽게 결정하기 힘든 사안이다.
울산=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 정부 "고래 먹이와 섭취량 연구" 국제 사회 "일본처럼 술수 쓰나"
지난 4일(현지시간) 파마나에서 열린 국제포경위원회(IWC) 연례회의. 우리나라 대표단은 "과학조사 목적의 포경을 재개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절차에 따라 11월까지 계획서를 제출하고 내년 5월 한국에서 열리는 IWC 과학위원회에서 검토 보고서를 받은 뒤, 내년 중 포경을 재개한다는 계획이었다. 설사 과학위가 부정적 보고서를 내더라도 IWC가 개별 국가의 방침에 대해 승인할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정부가 과학조사를 위한 포경을 검토한 이유는 고래가 얼마나 먹는지 밝히기 위해서였다. 강준석 농식품부 원양협력관은 "고래가 어떤 고기를 얼마나 먹는지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 해안에서 연간 딱 80마리만 잡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어민들이 최근 고래가 다른 어족을 너무 많이 잡아 먹기 때문에 생업에 지장을 주는 만큼 고래를 잡아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를 따져보겠다는 것이었다.
어민들은 고래가 체중의 3.5~5%를 먹는 바람에 연간 4,0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고래의 섭식량은 확실치 않다. 포경 반대국가인 미국은 1%대라고 주장하고 일본은 5%라고 주장하는 등 나라마다 다르다. 결국 농식품부는 고래가 얼마나 먹는지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논란은 여기서 시작된다. 고래를 꼭 잡아야만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고래를 잡지 않고서는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없다. 호주처럼 칩을 이식해 인공위성으로 추적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동뿐 아니라 먹이습성과 섭취량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환경단체 관계자는 "굳이 죽이지 않고도 배설물 수거 등을 통해 먹이조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포경재개방침에는 울산 포항 등 포경을 찬성하는 일부 지역의 민원 해결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울산 남구는 정부의 과학적 포경 재개 방침 발표 이후 환영의 뜻을 밝혔다.
물론 정부는 "오해다"라고 손사래를 친다. 연간 80마리만 잡고 사체는 시중에 유통시키지 않고 대학이나 연구소에 기증할 계획이어서, 고래고기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업포경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를 축적하려는 의도도 완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나중에 IWC에서 상업적 포경을 허용했을 때를 대비해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배경이 무엇이든 고래를 잡겠다는 우리나라의 '깜짝 선언'은 국제사회의 격렬한 반발을 초래했다. 과학적 포경을 명목으로 사실상 상업포경을 하고 있는 일본을 국제관습법 위반이라며 2010년 국제사법재판소(ISD)에 제소한 호주가 특히 격하게 항의했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한국의 발표는 매우 유감스럽다. 서울 주재 대사에게 최고 수위의 문제제기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머레이 매컬리 뉴질랜드 외무장관도 "일본이 했던 방식대로 국제적 포경금지체계를 빠져나가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패트릭 벤트렐 미 국무부 부대변인 역시 "우리는 한국 정부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국제법 학자들은 이번 선언이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국제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과학적 연구 목적의 포경을 하는 나라가 일본 밖에 없기 때문에 일본편을 드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 비난이 빗발치자 정부는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주례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고래를 죽이지 않는) 비살상 연구만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역시 "어업인과 환경단체, 국내외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정부가 포경방침 자체를 100% 철회한 것은 아니다. 워낙 국내외 반발이 거세고 내년 5월 IWC과학위원회까지는 시간여유가 있는 만큼 의견수렴절차를 더 거치겠다는 것일 뿐이다. 정부 당국자도 "포경 없이 고래 조사 목적을 달성할 방법이 있다면 과학조사 포경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는데, 돌려 말하면 조사목적상 고래를 잡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결국 포경카드를 다시 꺼낼 수도 있다는 뜻인 셈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 일본·노르웨이… 세계 각국의 포경 실태는
국제포경위원회(IWC)는 고래의 보존과 포경산업의 질서 있는 발전을 위해 1946년 설립된 국제 기구다. IWC는 남획으로 전 세계의 고래가 절멸 위기에 놓이자 1986년부터 협약에 따라 밍크고래를 비롯해 멸종위기 고래 12종에 대한 상업적 포경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유럽연합(EU)국가들이 포경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고래를 잡는 국가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북극 근처 에스키모처럼 먹고 살기 위해 고래를 잡는 경우, 연구목적을 내세우는 이른바 '과학적 포경국가'인 일본, 상업적 포경을 강행하는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등이다.
IWC는 이 가운데 ▦미국 알래스카 ▦러시아 극동부 ▦카리브해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섬 등 3개국 일부 지역의 경우 원주민들의 오랜 전통과 관습을 인정해 식용 목적의 포경을 필요한 분량만큼만 허용한다.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IWC 회의에서도 이들 3개 지역 원주민들에게 향후 6년간 포경을 허용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섬 원주민들은 2013년까지 혹등고래 24마리를, 러시아와 알래스카 원주민들은 각각 귀신고래 744마리와 수염고래 366마리를 포획할 수 있다. 하지만 환경운동가들은 이에 대해서도 "고래를 잡는 과정이 너무 잔인하다"고 비난하고 잇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는 IWC 가입국이지만 상업적 포경을 금지한 1986년 조치에 반대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1993년부터 상업적 포경을 시작해 매년 500마리 전후의 밍크고래를 잡고 있다. 아이슬란드도 2009년부터 연 200마리 정도를 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WC가 두 나라를 회원국에서 제명하지 않는 건, 포경현황을 보고받으며 관리하기 위해서다.
IWC 가입국 중 과학목적의 포경을 하는 유일한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연구목적을 내세워 남극해 등에서 한해 1,000여마리의 대형 고래를 잡는다. 소량의 표본을 제외하면 대부분 식용으로 유통되고 있어, 사실상 상업 포경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고래잡이를 저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호주 정부는 일본의 고래잡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2010년 국제포경협약을 포함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일본을 제소했다. 그린피스와 미국 해양동물보호단체인 시셰퍼드 등 환경단체들은 일본이 남극해역에서 고래를 사냥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물리적 충돌까지 빚고 있다.
노르웨이 아이슬랜드 일본이 계속 고래를 잡을 수 있는 건 IWC의 포경금지정책에 강제성이 없는 탓이다. 국제사회와 환경단체로부터 '비난'은 받겠지만, 그래도 잡는 게 이익이라면 포경을 계속한다는 경제논리가 지금도 해양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 "고래 하루 1마리씩 우연히 걸린다는 건데…"
"그물에 우연히 걸리는 고래가 1년에 360~370마리 된다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죠. 하루에 한 마리씩 걸린다는 건데…."
서울 강남에서 고래고기 전문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혼획(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만 잡는 것)이 전부'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밍크고래가 제일 맛이 좋은데 혼획으로 잡히는 것은 커 봤자 8㎙정도"라며 "(유통되는 고래 중에는 20㎙가 넘는 고래도 많은데) 큰 고래는 절대로 그물로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혼획만으로는 고래고기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만큼, 사실상 포획이 꽤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오영애 울산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도 "해양경찰청에서 집계한 연간 불법 포획 건수는 10여 건 정도"라며 "식당에서 유통되는 양과 비교해보면 상당량은 작살을 사용한 불법 포획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법포경은 고래고기 판매에서 시작된다. 현재 상업적 포획은 금지돼 있지만, 상업적 유통과 판매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고래고기를 취급하는 음식점은 울산에만 70~80곳. 인근 부산, 포항 등 해안도시에도 꽤 밀집해 있고 서울에도 강남 일대에 10여 곳이 있다. 이들은 지방에 내려가 고래고기를 직접 사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울산에 고래고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삶아서 얼음 통에 담아 배달해 주는 식이다.
고래고기 가격은 비싼 편이다. 요리는 부위별 수육과 모듬 수육이 대부분인데 모듬 수육은은 울산 현지에서 2~3인분 한 접시에 최고 10만원 정도다. 서울로 보면 가격이 배 이상 뛴다. 특히 지방이 많아 1㎏을 삶으면 기름기가 빠져나가 양이 40~50%까지 줄어들기 때문에 값은 비쌀 수 밖에 없다.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하다 보니 더러 속이기도 한다. 한 식당주인은 "모두가 밍크고래라고 판매를 하지만 실제론 상괭이, 곱시기 같은 돌고래 종류를 섞어 팔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고래는 한 번 잡으면 크기에 따라 수입이 수천 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된다. 그러다 보니 어민들 사이에선 고래가 '바다의 로또'라고 불린다. 그물에 걸리면 그야말로 횡재이지만, 값이 높은 만큼 불법포획에 대한 유혹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혼획과 불법포획을 구분하는 건 쉽지 않다. 설령 불법포획을 했더라도 해경에 혼획을 했다고 신고한 뒤 작살사용여부를 확인하는 금속탐지기와 외관검사를 통과하면 혼획으로 인정받아 유통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오 실장은 "그물에 걸린 고래를 발견하면 풀어주지 않고 (질식해)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데 과연 작살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혼획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며 "2005년 고래 관광 가능성 조사를 나갔을 때는 작살을 장착한 포경선을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 가입 이후 27년간 모든 고래의 포획을 금지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해 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 실장은 "작살로 잡아 아예 선상에서 해체해 몰래 유통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반박했다.
규제하고 금지시켜도 불법포경이 사라지지 않는 건 그만큼 고래고기 식습관의 역사가 길기 때문이다. 국보 제 285호인 울산 대곡리의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바다동물 75마리 가운데 고래가 절반 이상인 것만 봐도 고래 식습관이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손호선 고래연구소 연구관은 "이 지역에서 배를 이용한 수렵어로위주의 식생활이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고려 고종 때인 1215년 몽고 사신이 고래 기름을 가져갔다는 역사 기록이 남아 있고 조선왕조실록에도 '고래수염을 진상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현대적 의미의 포경이 시작된 것은 구한말 러시아가 울산, 청진, 장전에 포경해부기지를 세우면서부터였다. 울산 지역 포경의 역사가 사실상 100년도 더 된 셈이다. 1904년 러일전쟁 이후 모든 포경기지 운영권은 일본으로 넘어갔으며, 일제강점기 이후 1946년 4월16일 장생포에서 한국인에 의한 포경이 시작됐다.
지금도 고래고기를 즐긴다는 장생포 주민 김 모씨는 "1970년대에는 고래고기가 소ㆍ돼지고기보다 저렴해 살코기로 불고기를 해 먹었다"며 "장생포에 고래가 들어오면 해부장(고래 해체하는 사람)이 청룡도 같은 칼로 고래를 자르는 광경이 굉장한 볼거리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울산 자체가 공업화되고 외지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에서도 고래고기 식습관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이지영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
■ 시민단체 "수은 다량 축적… 건강에 해롭다"
"성인병 예방에 좋고, 철분이 많아 아이들 건강에도 딱이죠."(울산 장생포 H 식당)
"천식에 좋아요. 고래 지방이 워낙 고급이잖아."(부산 자갈치시장 P 식당)
흔히 고래고기는 불포화지방산 오메가3 DHA 등 영양이 풍부해 특히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래고기의 효능은 검증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인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 국립 미나마타병 종합연구센터가 2010년 와카야마(和歌山)현 타이지(太地)마을 주민 1,137명을 상대로 체내 수은농도를 조사한 결과 남성은 11.0ppm, 여성은 6.63ppm으로 나타났다. 이는 센터가 2000~2004년 조사했던 일본 14개 지역의 평균치(남성 2.47ppm, 여성 1.64ppm)보다 4배나 많은 수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기준치(50ppm)를 넘는 주민도 43명이었다. WHO는 수은을 10대 유해물질 중 하나로 지정했다. 수은은 1950년대 일본에서 발생한 미나마타병의 주 원인이 된 물질로, 중추신경계와 신장 기능에 치명적 장애를 일으키는 중금속이다.
미나마타병 종합연구센터는 수은의 체내 축적이 주민들의 고래고기 섭취와 관련있다고 봤다. 타이지는 예전부터 포경이 성행하고 고래고기를 즐겨 먹어 '포경의 마을'로도 불리는 곳이다.
국내에서도 시중에 유통되는 고래고기에 수은이 들어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환경운동연합이 2003년 말부터 1년간 울산과 부산, 포항 등에서 파는 고래고기 표본 113개를 분석해 보니 평균 오염치가 3.51ppm으로 나타났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어패류 잔류기준(0.5ppm)의 7배가 넘는 수치다. 국제포경위원회(IWC)도 지난 4일 연례회의에서 고래 몸 속에 수은 같은 중금속과 오염물질이 다량 축적돼 있는 점을 근거로 '고래고기는 건강에 해롭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 일본 돌고래 한해 2000마리 포획… 식용 유통 여전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의 작은 마을 다이지(太地). 어부들은 돌고래를 작은 만(灣)에 몰아넣은 뒤 작살로 찍어 올린다. 해마다 이렇게 학살당하는 돌고래만 약 2,000마리. 살려고 발버둥 치던 돌고래들은 잠잠해지고 축구장 서너 개 넓이의 바다는 순식간에 핏빛이 된다.
2009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슬픈 돌고래의 진실'이 고발한 일본의 돌고래 학살장면이다. 동물 조련사 출신인 릭 오베리를 포함한 돌고래 보호운동가들이 수중촬영, 특수녹음 전문가들과 함께 7년 동안이나 찍었다. 학살 장면은 물론 돌고래 사냥을 둘러싼 이권과 폐해, 일본 정부의 조직적 은폐도 함께 다뤘다. 영화 개봉 후 일본은 세계적 공분을 샀다.
하지만 달라진 건 별로 없다. 국제포경협회에서 돌고래는 '작은 고래'로 분류돼 포경 금지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래서 매년 9월 돌고래잡이 철이 되면 환경단체들이 포경 금지 시위를 벌인다. 이들은 IQ가 70∼80 수준인 돌고래를 잡아먹거나 놀이공원에 가두는 것은 "살인과 다름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 같은 국제사회의 비난, 그리고 수은축적에 따른 인체위험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지금도 세계에서 고래를 가장 많이 잡고 있다.
국제사회의 압력에 못 이겨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 고래 양식이다. 다이지 주민들은 최근 마을 북쪽 모리우라(森浦)만에 밍크고래와 돌고래 등을 방목, 도쿄돔 경기장 6개 규모의 고래목장을 조성키로 했다. 약 5년 뒤면 이 목장이 개장된다.
하지만 야생 돌고래를 현장에서 죽이는 대신, 단순히 방목하면서 또 하나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다니고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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