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누구에게는 특혜를 주고, 누군 안 되는 거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20일 알려지자 야권의 한 대선주자 측 관계자는 분통부터 터뜨렸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출연을 애걸복걸할 때는 '정치인 출연은 더 이상 없다'며 퇴짜를 놓더니 안 원장은 왜 출연시키느냐"고 항변했다.
대선이 15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주자들의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놓고 공정성ㆍ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게 엄연한 현실인데도 출연 기준은 방송사 입맛대로 정해지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여야 대선주자 상당수는 힐링캠프 출연을 요청했다가 퇴짜 맞은 경험을 갖고 있었다. 민주통합당 손학규 고문 측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힐링캠프 출연을 계속 요청했는데 SBS측이 딱 잘라 거절했다"며 "그런데 안 원장을 출연시킨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 측도 "뒤통수도 이런 뒤통수가 없다"며 흥분했다. 김문수 경기지사 측도 올해 초 힐링캠프 출연을 두고 방송사 측과 협의하다가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목을 매는 것은 적잖은 지지율 제고 효과 때문이다. 지난 1월 힐링캠프에 출연했던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 측은 공히 "이미지 개선에 효과가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문 고문의 지지율은 한국일보가 지난해 12월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5.9%에 불과했으나 힐링캠프 출연 이후 상승세를 타더니 결국 10%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안 원장 역시 2009년 MBC 예능 프로그램'무릎팍 도사'출연으로 단숨에 지명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예능 프로그램은 인간적, 감성적 접근이 가능해 이미지 개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 섭외 등에서 공직선거법상 공정보도 의무에 준하는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선거가 임박해지면 언론 보도의 형평성이 더욱 중요해진다"며 "예능 프로그램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SBS측의 무원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선주자들에 따르면 SBS는 지난 6월"정치인은 더 이상 출연시키지 않기로 했다"며 주자들의 출연 요청을 거절했으나 이번에 대선 출마가 유력한 안 원장을 출연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SBS측 관계자는 "예능 프로그램에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당초 기획 의도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인물 가운데 여당(박 전 위원장) 야당(문 고문) 무소속(안 원장) 인사를 한 명씩 출연시킨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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