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식 군 계급체계에서 일반적으로 최고계급은 대장(4성장군)이다. 그러나 세계대전과 같은 특수상황에서는 별 다섯 개짜리 장군도 출현한다. 원수(元帥)는 이 5성장군을 높여 부르는 호칭이다. 최초의 5성장군은 미국의 제1차 세계대전 영웅 존 조지프 퍼싱 장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전후 미국은 9명의 육ㆍ해ㆍ공군 원수를 배출했다. 우리도 잘 아는 맥아더, 아이젠하워 등이 그들이다. 영국(버나드 몽고메리)과 구소련(콘스탄티노비치 주코프)도 2차대전 영웅에게 원수 칭호를 부여했다.
■ 우리나라도 군 인사법에는 5성장군인 원수 계급이 있지만 1948년 창군 이래 원수가 없었다. 6ㆍ25전쟁 60돌을 맞아 국방부가 백선엽 예비역대장의 명예원수 추대를 검토했으나 부정적 여론으로 무산됐다. 원수는 국가 통수권자의 군령권을 능가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 문민통제에 위협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근래 민주국가들은 민간 군통수권자의 위상과 권한 존중 차원에서 원수 계급을 부여하는 예가 극히 드물다.
■ 구소련에서 스탈린은 군 출신이 아니면서도 대원수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선군정치와 총대철학을 강조하는 북한이 대원수 원수 차수 등의 계급체계를 도입한 건 그 영향으로 보인다. 김일성은 1953년'공화국 원수'칭호를 받았으며, 1992년 김정일에게 인민군최고사령관직과 공화국 원수를 물려준 뒤 대원수가 됐다. 김정일도 사후에 대원수로 추대됐다. 공화국 원수보다 격이 낮은 인민군 원수는 항일빨치산 출신의 이을설 전 호위사령관이 생존 인물로는 유일하다.
■ 김정은이 엊그제 공화국 원수 칭호를 받은 것을 축하하는 경축행사로 북한 각지가 떠들썩하다. 18일 북한 매체들이'중대보도'를 예고하자 대북정보 기관 주변에서는 리영호 총참모장 전격 숙청과 관련한 특이상황의 가능성이 나돌았다. 김정은의 군 기반 굳히기에 주목했다면 원수 추대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헛물을 켠 셈이다. 북한 내부 불안정만 기대하다가 또 한번 대북정보 실패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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