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값등록금 대안으로 장학금을 늘려주기로 한 방침에 따라 올해 처음 '국가장학금 2유형'을 신설해 7,500억원을 배정했다. 기존의 1유형은 저소득층 학생에게 국가가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고, 2유형은 대학의 자구노력에 따라 편성된 금액을 소득 1~7분위 학생들이 나눠 갖는 것이다. 2유형은 대학별로 등록금 인하비율과 장학금 확충노력을 평가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주요 사립대들이 등록금을 소폭 인하하는 바람에 2유형 장학금을 적게 지원받아 애꿎은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고려대는 배정받은 69억3,672만원 중 44억9,544만원만 받았다. 못 받은 돈을 지난해 기준으로 환산하면 288명이 등록금 전액을 면제받을 수 있다. 연세대도 배정된 74억9,458만원 가운데 22억2,333만원을 받지 못했다. 255명의 등록금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성균관대(72%), 경희대(88%), 서강대와 한양대(89%) 등도 국가가 주겠다는 돈을 모두 활용하지 못했다. 이처럼 요건이 안돼 배정받지 못해 남은 돈이 무려 490억원이나 된다. 장학금을 제대로 배정받지 못한 주요 사립대들의 등록금 인하율은 2~3%대로 전체 대학 등록금 평균 인하율 4.2%에 크게 못 미친다.
더 심각한 것은 등록금 인하 여력이 없다는 사립대들이 적립금을 차곡차곡 쌓아놓는 관행이다.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이 사학진흥재단에서 제출 받은 '2011년도 사립대학 결산자료'를 보면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전국의 사립대 40곳이 작년 한 해에만 적립금을 2,000억원이나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반값등록금이 최대 이슈로 부각돼 감사원이 사립대 재정운용 실태를 감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립대의 방만한 예산운영 문제는 별반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학들의 도덕적 해이가 일차적인 문제지만 등록금 인하 방법을 대학 자율에 맡기고 예산운영 실태 감독을 소홀히 한 교육 당국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당국이 손써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학이 적립금을 장학금으로 투자해서 등록금 부담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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