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의혹에 대해 금융 감독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CD금리 외에 기준이 될만한 지표금리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영역다툼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기관은 오히려 조사에 착수한 공정거래위원회를 못마땅해 하는 등 부처 갈등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CD금리 담합 의혹 사건이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수준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CD금리 담합 의혹의 핵심은 기준금리가 내렸는데도 CD금리가 제자리에 머물고 있었다는 것이다. 대출자들은 이자를 더 물고 은행은 추가 이익을 챙겼다. 국내은행 CD금리 연동대출은 324조원으로 은행이 담합을 통해 CD금리를 0.5%포인트를 내리지 않고 버틸 경우 대출자들은 연간 1조6,000억원의 이자를 추가로 물게 된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통해 얻은 이자수익은 무려 39조원에 이른다. 은행들이 돈 잔치를 하는 사이 대출자들은 이자를 무느라 허덕인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CD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 규모가 4,500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CD금리의 조작이나 담합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계약파기나 재계약, 조기상환, 손해배상청구 등이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의 파생상품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도는 크게 실추될 것이다. 이미 금융소비자단체들은 집단손해배상을 청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채권의 소멸시효가 10년이므로 손해배상액은 경우에 따라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를 수 있다.
감독기관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CD금리가 기준금리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새로운 지표금리를 만들지 않았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 CD금리를 대체할 단기 지표금리 개발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려 했지만 금융위원회가 자신들의 권한이라며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양 기관은 은행에 손해가 될 일에는 앞장서려 하지 않으려 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이 같은 행정기관의 부작위(不作爲)도 소송대상이다.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의 유착 여부도 반드시 들여다 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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