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컴퓨터들을 지배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 제국’이 휘청거리고 있다. 휴대폰에서 노키아가 이미 몰락한 데 이어 소프트웨어 분야의 MS까지, 영원한 IT제국들이 철옹성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1 9일(현지시간) MS는 지난 2분기(4~6월ㆍ미국 회계연도 기준으로는 4분기)에 4억9,2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상장 이후 26년만에 처음 겪는 적자의 굴욕이다. MS가 작년 2분기에 59억 달러의 이익을 냈던 걸 감안하면 수직에 가까운 추락이 아닐수없다.
회사측은 영업 부진에 빠진 광고계열사 어콴티브 (Aquantive)의 기업가치를 62억 달러 상각(손실처리)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하반기 출시 예정인 운영체계 ‘윈도8’ 판촉을 위해 ‘윈도7’을 할인 판매한 뒤 추후 업그레이드 해주는 이벤트를 실시한 것도 이익 악화 이유로 거론된다. 실제로 이 금액들을 제외하면 MS의 실적은 당초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랭하다. 수십 년 간 IT산업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MS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상징적인 사건이란 해석이다.
우선 어콴티브의 영업부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MS는 2007년 구글에 맞서기 위해 온라인 광고에 특화된 어퀀티브를 역대 최대 인수합병 금액인 63억 달러를 들여 사들였다. 구글처럼 온라인 광고업으로 수익을 내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이번 분기실적을 통해 사실상 실패를 인정했다. 콜린 그릴스 BGC 파트너스의 연구원은 “MS의 온라인 서비스는 가장 실적이 저조한 사업부문”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MS의 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MS제국의 가장 확실한 무기였던 ‘윈도’는 전 세계 가정과 사무실의 모든 PC에 깔렸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선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운영체계는 현재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지배하고 있으며 윈도의 지배력은 미미한 상태다”라며 “IT기가가 PC에서 모바일로 급속히 옮겨가는 환경변화에 MS는 시장을 선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모바일에서 밀리다보니 PC의 아성도 무너질 기세다. 윈도의 간판인 웰브라우저 ‘익스플로러’역시 구글의 ‘크롬’에 추격에 1위 자리가 위태롭다. 구글이 장악한 검색시장을 잡기 위해 검색엔진 ‘빙’을 내놓았지만, 이용자들의 외면만 받고 있다. 덩달아 엑스박스, 키넥트 등 콘솔 게임기도 매출 감소를 보이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MS도 반격에 나설 채비다. 주안점은 역시 모바일이다. ‘서피스’라는 태블릿PC를 선보였고, 노키아와 손을 잡고 ‘윈도폰’도 출시했다. 하지만 파트너로 손잡은 노키아가 올 2분기에도 사상 최대의 적자를 냄에 따라 ‘MS-노키아’연대는 ‘패자동맹’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MS가 노키아의 뒤를 따른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는 “MS가 모바일 시대에 뒤쳐지면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윈도오피스 등 기존의 소프트웨어 매출 기반이 탄탄해 노키아만큼 가파르게 추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MS위기의 제공자인 구글은 2분기에도 승승장구했다. 구글은 이날 122억1,000만달러의 매출과 34억4,0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골자로 한 2분기 영업실적을 공개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대비 각각 35%, 11% 증가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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