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다큐멘터리 사진가' 미나마타병·한국 베트남 파병…필름에 담긴 근현대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다큐멘터리 사진가' 미나마타병·한국 베트남 파병…필름에 담긴 근현대사

입력
2012.07.20 12:21
0 0

다큐멘터리 사진가/구와바라 시세이 지음·김승곤 옮김/눈빛 발행·223쪽·1만5000원

올해 76세, 여전한 현역으로 전 세계 현장을 두 발로 누비는 일본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구와바라 시세이의 회고록이 발간됐다. 1960년대부터 반세기 넘게 카메라와 역사의 격랑을 관통해온 그의 취재기가 130여 컷의 사진과 함께 실렸다. 일본 미나마타와 한국, 베트남의 뼈아픈 그래서 불편한 근현대사를 생생하게 담았다.

사진계가 그를 처음 주목한 것은 1962년 수은중독 공해병인 '미나마타 병'의 현장 사진으로 일본사진비평가협회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대학 졸업 후 곧바로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된 그를 사로잡은 테마는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 발병한 원인 모를 괴질이었다. 수년 후 밝혀진 원인은 공장폐수로 오염된 생선 섭취. 기이하게 꺾이고 꼬인 손과 깜빡임이 없는 눈동자, 굳어버린 몸을 촬영한 사진을 통해 구와바라는 현대 산업화의 폐해를 경고했다.

2002년 한국에서 동강사진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지난 40여 년간 한국을 수십 차례 드나들며 한국의 근현대사를 필름에 빼곡히 기록했다. 전후 서울과 부산 빈민들의 비참한 삶, 반일데모의 격렬한 현장, 미군기지와 한국 군대의 베트남 파병 현장 등은 10만여 장의 사진으로 남았다. 이들 사진 중 몇 점은 1989년 첫 한국 개인전에서 선보였지만 관람객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게도 갈 수 없는 곳이 있었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현장이다. 당시 언론 통제로 섬처럼 고립된 광주에 가지 못한 것을 그는 평생 남을 패배감과 회한으로 기억한다. 책은 이외에도 1967년부터 촬영한 베트남 전쟁의 참상과 옛 소련 쿠데타 현장도 담았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라는 단순하고 명료한 제목을 붙인 것은, 세상의 가장된 평화와 사진 이미지 과잉 시대에 점점 설 곳을 잃고 있지만 그가 실천해온 '시간의 기록성'이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본령임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다. 사진의 존재 이유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더라도 사진과 역사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20여년 전 <보도사진가> 라는 이름으로 나왔던 책에 러시아 사진과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연평도 모습을 더한 개정판이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