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석 달간 꿈쩍도 않던 CD 금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의혹 조사가 시작되자 연 나흘 내리막길을 걸었다. CD 금리 결정 구조가 어떻길래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걸까.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91일물 CD 금리는 3.21%로 전날에 비해 0.01%포인트 내렸다. 4월 9일부터 석 달간 연 3.54%로 매일 똑같던 CD 금리가 17일 공정위의 강도 높은 조사가 시작된 이후 나흘 연속 0.01%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윤여삼 대우증권 채권담당 연구원은 "그간 3개월짜리 국채나 은행채 등 다른 채권금리가 2%대인데 반해 91일물 CD 금리는 3%대 중반이어서 괴리가 컸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CD 금리를 떨어뜨린 주체로 증권사를 지목한다. CD는 7개 시중은행이 발행하고 10개 증권사가 유통을 중개하는데, 거래가 없으면 증권사 담당자가 전날 고시한 금리를 적어내거나 자의적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그만큼 CD 금리 결정 과정이 불투명한 셈이다.
결국 공정위 조사에 깜짝 놀란 증권사 담당자들이 지레 겁을 먹고 금리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 CD 금리 결정에 관여했던 한 증권사 직원은 "CD 거래가 없는 날에도 '적정하다고 생각되는 금리'를 자의적으로 결정해왔다"며 "CD 금리는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에 적용되는 중요한 시장 지표금리인데도 증권사들이 0.01%를 올리고 내리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게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이번 CD 금리 하락도 거래량 등 시장논리가 아니라 '공정위 조사'라는 외부 요인에 의한 주먹구구식의 인위적 조정인 셈이다.
한편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CD는 단순히 대출에만 연계된 것이 아니고 엄청난 규모의 파생상품 그리고 외국과도 연계돼 있다"며 "CD 금리에 대한 대체금리를 결정하는 건 쉽게 결론이 나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지표금리로 이용된 만큼 여러 분야에 연계돼 있어 변경 때 미칠 파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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