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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 TV 예능프로 출연 논란/ "토크쇼 속 인간적인 모습, 유권자 판단 그르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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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 TV 예능프로 출연 논란/ "토크쇼 속 인간적인 모습, 유권자 판단 그르칠 수도"

입력
2012.07.2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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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젊었을 때는 몸매가 좀 받쳐줬습니다."(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ㆍ1월 2일 SBS '힐링캠프'에서 중학교 시절 비키니 수영복 사진을 공개하며)

#2 "과거 계엄 포고령 위반혐의로 처가 식구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게 붙잡혀 갔습니다."(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ㆍ1월 9일 같은 프로그램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평소 근엄한 표정으로 정치공방하는 모습으로만 나타나던 정치인들이 방송 연예프로그램을 통해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부드럽고 인간적인 면모로 대중적 지평을 넓혔고, 문 고문은 부드러움 속에 숨겨 있는 강인함과 군사정권에 대항한 모습을 보여주며 유력 대선주자로 입지를 굳혔다. 특히 문 고문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다음날 포탈사이트 일간 인기 검색어 3위에 오르며 단박에 지지도를 두 배 가까이 끌어 올렸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정치와 무관하던 2009년 당시 MBC '황금어장'의'무릎팍 도사'코너에 출연한 뒤 '유명인'을 뛰어넘어 '젊은이들의 롤 모델'로 등극했다.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인지도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목숨 걸고 출연하려고 한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시청률을 올릴 수 있어 인기 정치인 섭외에 열을 올린다. 박 의원 출연 당시 '힐링캠프'의 시청률은 12.2%(AGB닐슨)로 전주(5.9%)의 두 배에 달했고, 문 고문 때도 10.5%를 기록했다. 정치인과 방송사의 윈-윈 전략인 셈이다.

이런 프로그램에 대해 정치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줘 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에 정책과 공약을 도외시한 채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만 강조돼 오히려 판단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지 정치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평가 절하했다. 정치인들이 평소에는 국민들에게 관심도 없다가 선거 때만 되면 시장을 누비며 서민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대권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어떤 정책을 추진할 것인가"라며 "예능에서 인간적인 모습만 보여주다 보면 유권자들이 이성보다는 감성에 매몰돼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방송이 인물의 역사성,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검증하고 전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제도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진만 강원대 교수는 "선거 일정기간 전부터 정치인들이 연예, 오락,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SBS'힐링캠프'안철수 편 제작과 관련해 제작진은 "18일 외부에는 전혀 알리지 않은 채 5시간 동안 모처에서 녹화를 끝냈다"면서 "안 원장은 향후 행보 등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방송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은 23일 밤 11시10분 방송된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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