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근 일주일 만에 책을 한 권 만들게 되었다. 한국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핸드백, 그 박물관 개관에 맞춰 기념비적인 도서를 한번 남겨보고자 영국과 한국에서 동시 출간을 기획했던 것이다.
핸드백의 역사나 문화 전반을 좇으려면 일단 유럽을 기점으로 삼을 수밖에 없어 선행된 영국에서의 작업을 넘겨받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랑은 다르게 마감하다 말고 '배케이션!' 가버리는 영국인들은 우리와 달랐으니 쯧쯧.
매일같이 손에 드는 게 백이거니와 어쩌다 여자들은, 특히 나는 그에 열광해왔나 책을 계기로 잠시 거리를 두고 생각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자본주의 시대에 일하는 여성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자기 이름을 내건 디자이너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이른바 명품의 존재도 분명해지기 시작한 터.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한 가방 시장을 생각하면 인간의 속성 중 과시가 참 무섭구나 싶기도 하지 뭔가.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것, 보여짐으로 해서 평가 받고 인정된다는 것, 나도 모르게 편승이 되었다가 비교적 자유로워진 건 스티브 잡스의 늘 같은 스타일 때문이기도 했다. 따르지 말고 따르게 하는 것의 힘이고자 갖고 있는 핸드백 가운데 나로 대변되는 한 개만 빼고 후배들에게 주기로 약속했다. 물론 죽은 뒤에라는 못질은 '쾅쾅!' 나참, 남들이 보면 무슨 시신 기증이라도 하는 줄 알겠지만.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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