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의 미래를 짊어질 10대 초반의 바둑 영재 두 명이 프로에 입문했다. 지난 주 끝난 제 1회 영재입단대회서 신진서(12 · 충암초 6년)와 신민준(13 · 충암중 1년)이 50대 1이 넘는 험난한 관문을 뚫고 입단에 성공했다.
신진서는 2000년 3월에 태어난 '밀레니엄둥이'로 국내 프로 기사 가운데 첫 '21세기 기사'로 올라, 지금까지 이동훈(1998년 2월생)이 보유하고 있던 국내 최연소 기사라는 호칭도 당연히 물려받았다. 또한 1995년 이세돌, 1997년 조혜연 이후 15년 만에 첫 초등학생 입단자로 기록됐다.
입단 나이가 만 12살 4개월로 조훈현(9살 7개월), 이창호(11살 1개월), 조혜연(11살 10개월), 최철한(12살 2개월) 다음인 국내 최연소 입단 5위 기록이다. 이세돌과는 똑같이 12살4개월에 입단했지만 생일과 입단 날짜까지 따져 보니 이세돌이 딱 하루가 늦어 6위로 밀려 났다.
대회 전부터 유력한 입단 후보로 꼽혔던 신진서, 신민준 모두 예상대로 압도적인 성적으로 입단의 영예를 안았다. 107명이 참가해 1라운드부터 6라운드까지 계속 4명이 한 조가 돼 두 명씩 탈락하는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치러진 이번 입단 대회서 신진서는 12전 전승을 거둬 퍼펙트 입단 기록을 세웠고 신민준은 최종 6라운드서 신진서에게 한 번 졌을 뿐 나머지 판을 모두 이겨 12승 1패를 거뒀다.
부산 태생인 신진서는 다섯 살 때 바둑 교실을 운영하는 부모님으로부터 바둑을 배운 지 2년 만에 아버지를 뛰어 넘어 인터넷 9단 실력이 됐을 정도로 기재가 출중했다. 여느 프로 지망생처럼 전문 도장에서 바둑을 배운 게 아니라 하루 종일 혼자서 인터넷 바둑을 두거나 책을 보며 공부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됐다. 아버지 신상용씨(49)는 "바둑을 특별히 좋아했다기보다,(진서에게는)바둑이 밥 먹고 옷 입는 것처럼 그저 자연스런 생활이었다."라고 말했다. 올 초부터 서울로 올라와 충암도장에서 영재 입단 대회를 목표로 본격적인 바둑 공부를 한 지 6개월 만에 입단에 성공했다.
신민준은 일곱 살 때부터 프로 입문을 목표로 양천대일도장에서 바둑 공부에 매진했다. 프로 지망생들의 집합소인 한국기원 연구생 그룹에서 상위권 성적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지난 해 입단한 이동훈과 같은 도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기량이 급성장해 진작부터 입단 후보 0순위로 꼽혔던 터다. 올 초 일반인 입단 대회서도 본선에 올라 초반에 6승1패를 거둬 입단이 유력했으나 후반에 3연패를 당하는 바람에 입단이 좌절됐는데 결국 영재 입단 대회를 통해 프로에 입문했다.
최근 장웨이지에, 당이페이, 판팅위, 양딩신 등 '90후 세대'라 불리는 중국의 나이 어린 신예들이 세계 대회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바둑계가 두 '신씨' 바둑 신동의 입단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한국 바둑계는 1986년 이창호가 연구생 1기로 입단한 이래 이세돌, 최철한, 박정환 등 10대 초반의 영재들이 대거 프로에 입문해 세계 정상급 기사로 성장하면서 세계 최강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입단 적체 현상이 심해지면서 입단 나이가 10대 후반으로 높아져 나이 어린 영재 발굴과 육성의 필요성이 크게 강조돼 올해부터 영재 입단 대회가 새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이 앞으로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룰 수 있을 지 매우 궁금하다.
한편 신진서 신민준의 입단으로 한국기원 소속 프로 기사 수는 270명으로 늘어났다. 남자가 224명, 여자가 46명이다. 입단일 이후 새로 시작하는 프로 기전부터 출전할 수 있으므로 9월 십단전 예선이 데뷔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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