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이사회의 서남표 총장에 대한 계약해지가 불발되면서, 서 총장의 향후 거취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 총장이 과연 퇴진을 하는 것인지, 한다면 언제 하는 것인지 아직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카이스트 이사회는 20일 오 명 이사장과 서 총장 등 이사 16명 중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 이사회를 열고 서 총장에 대한 계약해지 안건과 차기 총장 선임의 건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안건 처리를 미루기로 했다. 특히 이사회 직전 오 이사장과 서 총장이 양자회동을 갖고 합의한 내용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서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던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도 이사회 결정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오 이사장과 서 총장은 이날 회동에서“양자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합의하고 이사회에 계약해지안 논의를 미룰 것을 요청했다. 이사진들도 이에 동의했다.
오 이사장은 이사회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서 총장이 자신의 거취를 포함한 학내 수습방안 전권을 자신에게 일임했다”고 밝혔다. 이는 오 이사장이 서 총장과 협의를 통해 사퇴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오 이사장이 이사회 임시대변인으로 지정한 곽재원 이사도“서 총장이 신상발언을 통해 수습방안을 오 이사장에게 일임한다는 말을 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이어“학내 상황에 대한 수습방안이 결정되면 다음 이사회를 소집할 것”이라며“이러한 내용은 서 총장이 남은 임기 2년을 채우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서 총장이 이사회측에 백기투항을 한 것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상황은 일 순간 급 반전 됐다. 서 총장의 대리인으로 입회한 이성희 변호사는“사퇴를 전제로 한 합의라는 말은 잘못된 것”이라며“특허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선행된 후 서 총장이 자신의 거취를 자율적으로 판단해 오 이사장과 협의하기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오 이사장이‘거취에 관한 자율권을 존중한다’고 말했으며, 이는 사퇴의 시기나 방법 등을 통틀어 얘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사퇴 결정권이 서 총장에게 있으며, 서 총장이 최종 결심을 한 후 오 이사장과 협의를 거쳐 이사회에 안건으로 올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서 총장이 “앞으로 후임총장을 (이사장과)함께 선임하기로 했다”고 밝혀 남은 임기를 채울 의사가 없다는 것만은 확인됐다.
서 총장의 퇴진을 촉구했던 학생과 교수들은 이사회 결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카이스트 총학생회는“이사회 결과가 실망스럽지만 이사장이 전권을 위임 받았기 때문에 기대를 갖고 있다”며“개강 전까지 거취가 정리되지 않으면 큰 저항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명쾌한 결론을 기대했는데 혼선을 주는 결정이 내려져 유감”이라며 “이사회가 서 총장이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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