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주자들은 19일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저서를 출간하자 그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다수 주자 측은 안 원장이 여전히 대선 출마 여부를 분명히 밝히지 않는 데 대해 비판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안 원장의 책 출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미소만 띤 채 차에 올랐다. 하지만박 전 위원장 경선 캠프의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책 한 권 달랑 들고 나와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은 무례도 이만저만 무례가 아니다"며 "이벤트가 워낙 남자답지 못한 탓인지 범야권에서 먼저 싫증을 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 전 위원장 캠프의 한 의원은 "'정치를 하느냐 마느냐'는 햄릿형 리더십으로 산적한 국가 현안을 처리하고 위기를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친박계 의원도 "정치권은 재벌 개혁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을 놓고 논쟁하고 있는데, 안 원장은 여전히 뜬구름 잡기식 정책만 내놓았다"고 평가절하했다.
김문수 경기지사 측은 "안개나 피우는 책엔 관심 없다"며 "안 원장은 정책마저도 과외를 통한 속성이 가능하다고 믿는 모양"이라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 측도 "안 원장이 국민들을 너무 피곤하게 하고 있다"며 "새로운 정치는 예측이 가능한 정치인 만큼 더 이상 동굴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야권 대선주자 진영은 구체적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안 원장의 안개 행보에 대해선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문재인 상임고문 측은 "제대로 책을 못 읽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반응을 내놓기는 부적절하다"며 "책을 낸 것 가지고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비판은 없지만 한때 안 원장에게 '공동정부'를 제안했던 문 고문 측으로선 '야박한' 서평이다. 손학규 고문 측도 "일단 내용을 파악해 보겠다"면서도 "본인의 입이 아니라 책을 통해 사실상 출마 의사를 내비친 건 아쉬운 태도"라고 말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 측은 '안 원장은 민주세력에게 매우 중요한 자산으로 정권 교체를 위해 민주당과 힘을 모으길 기대한다'는 공식 축하 메시지를 내놓았다. 하지만 김 전 지사 측 역시 "김 전 지사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지만 이를 넘어 야권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있는 대선 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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