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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기저귀 깨끗이 빨아 드릴테니, 아이 건강·환경 살리기 동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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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기저귀 깨끗이 빨아 드릴테니, 아이 건강·환경 살리기 동참해요"

입력
2012.07.1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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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명의 아이가 천 기저귀를 쓰면 어른 1명의 일자리가 생깁니다."

천 기저귀 세탁ㆍ배송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 '송지'의 황영희(48) 대표는 이번 달에도 월급을 받지 못했다. 장애인, 한 부모 가정 가장, 60대 이상 고령자 등 10명 직원 월급을 챙겨주고 나니 회사 운영자금을 빼곤 남는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월급 없이 일한 지 18개월. 하지만 황 대표는 "환경도 살리고 아이 건강도 지키게 하는 일"이라며 밤낮없이 일한다.

황 대표가 사회적 기업 송지를 만든 건 2010년. 간호사로 6년, 가정ㆍ성폭력 관련 상담소에서 사회복지사로 6년 일한 경험이 그를 이 길로 이끌었다.

"가족이 병들어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가족들, 가정과 사회에서 폭력의 희생양이 된 사람들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눈물도 많이 흘렸어요."

처음에는 여성들의 자립을 위한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기업을 수도 없이 찾았다. 그러나 그 때 마다 돌아오는 답은 딱 한 가지.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아파트 쓰레기장에 버려진 일회용 기저기 더미를 보고 번개처럼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

"천 기저귀를 쓰면 아이 건강에도 좋고 환경도 살릴 수 있는데도 왜 천 기저귀를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죠. 천 기저귀로 두 아이(22세, 11세)를 키운 경험에서 답을 찾았죠. 바로 세탁하기 힘들다는 거죠."

삶아 빤 천 기저귀를 진공 포장해 이틀에 한번 집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처음 내 놨을 때 주변의 반응은 좋았다. "환경도 살리고, 아토피ㆍ발진 등으로 고생하는 아이 건강도 지킬 수 있는 일"이라는 칭찬도 잇따랐다. 하지만 송지의 매출은 제자리 걸음을 했다. 천 기저귀의 장점은 알겠지만, 자주 갈아줘야 하는 번거로움과 소규모기업이라 혹시나 위생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엄마들의 노파심은 높은 장벽으로 다가왔다.

"뜻을 같이 해 함께 사업을 시작한 직원들이 사정이 더 어려운 직원들을 위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겠다는 뜻을 비췄을 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죠."

황 대표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지난해, 때마침 손을 내밀어주는 이들이

있었다. LG전자에서 녹색성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탁기와 차량 등 장비를 무상 지원해줬다. 몇몇 어린이집 원장들도 나서 엄마들을 설득하는 데 힘을 보탰다. 서울시에서도 올해 5월부터 '반값 천 기저귀 사업'을 통해 월 5만4,000원하는 이용료의 절반을 지원키로 했다. 그 덕에 2010년 사업을 시작하던 때 20명 남짓이던 회원은 최근 300명을 넘어설 정도로 엄마들의 만족도는 높다. 32개월, 7개월 된 두 아이를 키우는 권지명(39)씨는 "첫 애가 아토피가 있어 계속 천 기저귀를 써 한번도 발진이 없었는데, 어린이집에서 며칠 종이기저귀를 썼더니 바로 발진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한 발 더 나아가 이달 말부터 서울 노원구를 시작으로 천 기저귀 무료 지원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아름다운재단 '개미 펀드'를 통해 100여명의 시민들이 종자돈을 마련해줬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우신과 의료세탁업체 새빛 등 중소기업이 힘을 보탰다.

"종이 기저귀는 우리나라에서만 해마다 20억개가 쓰이는데, 전세계적으로 쓰이는 종이기저귀를 만드는 데 매년 10억 그루의 나무가 베어지죠. 대신 50명의 아이가 천 기저귀 세탁ㆍ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1명의 어른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 됩니다. 아이 건강뿐 아니라, 나무를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데 더 많은 엄마들이 동참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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