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19일 출간한 저서 <안철수의 생각> 에서 대선 출마를 고민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야권의 4월 총선 패배였다고 밝혔다. 안철수의>
안 원장은 이 책에서 "(4월 총선 결과가) 예상치 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며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다"면서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적었다. 총선 전에는 야권의 승리 시 야권 대선 후보가 제자리를 잡으면서 자신은 자연스럽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수순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대선 출마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현 시장에게 출마를 양보하는 과정에서 "'지자자들 허탈', '교수 출신의 한계' 등의 비판을 예상했는데 놀랍게도 다음날 언론을 보니 유력한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다"면서 "충격도 받았고 강한 책임감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는 정당정치를 믿는 사람"고 전제하면서 자신이 정당정치를 부정한다는 일각의 오해를 불식시킨 뒤 "정당정치가 아니라 정당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성 정당 자체가 기득권이 되면서 민심에서 멀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4ㆍ11 총선에서 야당을 지지하지 않은 것도 후보 공천이 정당 내부 계파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안 원장은 "정치 경험 부족은 저의 약점"이라면서도 "(그러나)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나쁜 경험'이 적다는 건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정치 참여 의지를 내비쳤다.
안 원장은 저서 곳곳에서 '인간 안철수'의 면모도 보여 줬다. 그는 자신에 대해 '바른생활 사나이' 이미지를 떠올리는 데 대해 "초등학교 때 성적표에 보이는 '수'자는 이름 철수의 '수'뿐이었다"고 했다. 공부를 못했던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반장을 한번도 못해봤고 대학 때도 동아리회장 한번 해본 적이 없다는 '비밀 아닌 비밀'도 털어놨다. 그는 "안철수연구소를 세우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리더의 역할을 시작한 셈"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특히 의대 진학 후 진료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회 현실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던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기술했다. 그는 "돈이 없으면 사람의 존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소설보다 더 끔찍한 현실을 보면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각자 해야하는 역할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아내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에 대해 "전문가로서 충분히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인데 요사이 저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일이 많아 안쓰럽다"며 애틋함을 표했다. 그는 "신혼 초에 서로 잘 모르고 서툴러서 티격태격하기도 했다"면서 "요즘도 가끔 다툴 때가 있는데 결국 제가 야단맞고 반성하는 것으로 끝난다"고 적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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