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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어르신들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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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어르신들의 투쟁

입력
2012.07.1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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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지국가를 주제로 강연을 할 때마다 늘 하는 말이 있다. "여러분,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1등입니다." 이렇게 말해도 사람들은 별로 놀라지 않는다. 그냥 무덤덤하다. 하기야 우리나라가 나쁜 쪽으로 1등을 하는 것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그래서 나는 발언의 강도를 조금 더 높여본다. "여러분,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평균의 3배나 됩니다." 그제서야 약간 놀란 듯 관심을 좀 가져준다. 이쯤에서 나는 이렇게 덧붙인다. "2000년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3.6명이었는데, 2010년도에는 이게 31.2명으로 10년 사이에 2.3배나 늘었습니다."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여러분, 우리나라의 노인자살률은 OECD 평균의 5배나 됩니다. 이건 유럽 할아버지들이 한 명 자살할 때 우리나라 할아버지들은 5명이나 자살한다는 이야깁니다." 여기서 사람들의 표정이 심각해지고 내 강연에 귀를 바짝 기울인다.

우리나라는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는 사회생태계로 바뀌어가고 있다. 행복의 반대편에 있는 게 불안, 불행, 그리고 절망인데, 자살은 주로 이럴 때 일어난다. 2000년 OECD 평균 자살률은 12.9%였고, 우리나라는 13.6%였는데, 이게 10년 만에 전자는 11.3%로 줄었고, 후자는 31.2%로 2.3배나 늘었다. 통계가 이렇게까지 벌어진 데는 우리나라의 노인자살률이 세계 최고치를 매년 압도적으로 갱신했던 데 크게 기인한다. 우리사회는 노인들을 만성적인 불안과 불행, 결국에는 자살로 내모는 일을 모두가 공범이 되어 집단적으로 자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건 그야말로 현대판 고려장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세계 7번째의 수출대국이고, 세계 13위권의 경제대국이고,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세계적 명성을 지닌 다국적 기업의 모국이지만, 대한민국의 노인들은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가난하기 때문이다. 노인빈곤율을 살펴보자. 스웨덴은 6%이고, 독일 등 유럽 복지국가들은 전부 10% 이하이고, OECD 평균은 13.5%인데, 우리나라는 45%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들 중 단연 1위이고, OECD 평균의 3배가 넘는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이렇게 가난한 이유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의 수혜자가 65세 이상 노인의 31.8%에 그치기 때문이다. 둘째, 최근 10여년 사이에 노인가구의 형태가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자녀와 동거하던 비율은 55%에서 27%로 준 대신, 노인부부 가구와 노인독거 가구는 40%에서 70%로 크게 늘었다. 외로움과 우울증에 포획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빈곤과 외로움에 이은 우울증이 노인자살률 급증의 원인이다. 이제 우리사회가 집중해야 할 일은 다음의 두 가지다.

첫째, 공적 방식으로 노후소득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해소와 급여의 내실화는 미래의 노년세대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지만, 자살의 긴 대열에 나선 지금의 노인들을 위해선 당장 기초노령연금을 2배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 현행 최대 9만 4,000원을 20만원으로 올려야한다. 둘째, 일하고 싶은 노인들이 일할 수 있도록 노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건 정상적인 정부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자 노인의 인권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살하는 노인을 방치하는 정부는 인권의 보장을 규정한 대한민국의 헌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정치권의 여야가 따로 없어야 한다. 때 마침, 어르신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일어났다. 17일 서울에서 '복지시대 시니어 주니어 노동연합'이 창립대회를 연 것이다. 10월까지 '노인 노조'를 만들 계획인데, 이는 노년세대가 역동적으로 힘을 결집해 어르신들의 복지와 일자리를 위해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는 역동적 복지국가를 기대하며, 어르신들의 투쟁에 박수를 보낸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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