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 하면 나이 들어 앓는 병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의외로 젊은 층 환자도 많다. 나이 든 환자든 젊은 환자든 관절염은 초기에 잡는 게 중요하다. 젊다는 핑계로 그대로 두면 자칫 퇴행성관절염을 앞당길 수 있다. 환자 자신의 관절 조직으로 치료하는 연골재생술은 면역거부반응이나 알레르기 같은 부작용이 거의 없으면서 인공관절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방법으로 최근 널리 쓰이고 있다.
뼈를 위한 쿠션
뼈와 뼈 사이(관절)에는 연골(물렁뼈)이 들어 있다. 뼈들이 이음새끼리 부딪치지 않고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게 돕는 조직이다. 특정 관절을 갑자기 많이 쓰면 그 부분의 연골이 빠르게 닳는다. 예를 들어 평소 운동량이 많지 않던 사람이 살을 뺀답시고 엘리베이터 대신 무작정 계단을 오르며 무릎을 혹사시키다 보면 무릎 앞쪽으로 튀어나온 무릎뼈(슬개골) 아래의 연골이 손상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무릎 앞에 둔하고 뻐근한 느낌이 오다가 점점 쿡쿡 쑤시는 듯한 통증까지 생긴다. 심해지면 움직일 때 무릎에서 거친 소리도 나게 된다.
연골은 우리 몸의 다른 조직에 비해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다른 조직은 손상을 입거나 상처가 생기면 혈관이 생기고 세포가 늘면서 빠르게 재생되지만 연골은 그렇지 않다. 세포 수가 적고 혈관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골에는 통증을 뇌로 전달하는 신경세포도 없다. 손상이 아주 심해질 때까지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폐경 이후의 중년 여성도 관절 문제를 흔히 겪는다. 연골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주는 여성호르몬이 폐경 이후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집안일이나 지나친 운동으로 특정 관절에 무리가 가면 그 부위 연골이 점점 물렁물렁해진다(연골연화증).
연골은 뼈의 움직임이 만드는 충격을 흡수하면서 관절이 부드럽고 원활하게 움직이도록 쿠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강도가 유지돼야 한다. 물렁물렁해지면서 강도가 약해지면 충격 흡수가 잘 안 돼 움직일 때마다 관절 주변이 시큰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재생 돕는 수술들
연골의 작은 손상이나 연골연화증은 과거엔 환자도 의료진도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약 10년 전 연골재생술이 등장하면서 관절염에도 조기 치료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 보편화하는 추세다. 연골재생술은 말 그대로 환자 자신의 연골이 재생되도록 인위적으로 도와주는 수술이다. 연골이 손상된 정도에 따라 크게 3가지 방법이 있다.
손상된 부위 면적이 2㎠로 비교적 작으면 연골 바로 밑에 있는 뼈에 지름 1~2㎜ 되는 미세한 구멍을 5, 6개 뚫어준다(미세천공술). 그러면 뼈 속 골수에 들어 있던 줄기세포가 구멍을 통해 나와 새 연골을 만들어 손상 부위를 덮는다. 이렇게 재생된 연골의 강도는 원래 연골의 60~70% 수준이기 때문에 수술 후 일정 기간 동안 재활운동이 필요하다.
연골 손상 부위가 2㎠ 를 넘으면 주변 연골 중에서 많이 쓰이지 않는 부분을 관절내시경으로 떼어다 직접 이식해주는 방법(자가골연골이식술)도 있다. 다만 손상된 부위가 넓으면 건강한 연골 조직을 많이 떼내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래서 연골 손상 면적이 5㎠보다 크면 주변 연골에서 소량의 세포를 떼내 아예 몸 밖에서 3~5주 동안 배양하면서 충분한 양으로 늘린 다음 이를 손상 부위에 넣어준다(자가연골세포배양이식술).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대표원장은 "자가골연골이식술과 자가연골세포배양이식술로 만들어지는 연골은 원래 강도의 80% 수준"이라며 "자가연골세포배양이식술은 특히 연골 초기 손상 때나 55세 이전, 몸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는 환자 등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연골재생술로 새로 생긴 연골은 이후 영구적으로 환자 자신의 연골로 자리 잡는다. 고 원장은 "인공관절 수술보다 통증이 훨씬 덜하고 관절염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 뼈에까지 관절염이 생기면 연골세포 자체가 부실해 잘 자라지 않고, 손상 부위가 너무 크면 몸무게를 견딜 지지체를 함께 이식해야 하기 때문에 연골재생술이 쉽지 않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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