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로 세계 평균 성장률이 1.5%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총재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소재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중대한 갈림길에 선 세계 경제'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전세계 거의 모든 지역이 유로존 위기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세계 평균 성장률이 1.5%포인트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연은 김 총재가 1일 취임한 뒤 처음 진행한 외부 강연이다.
김 총재는 유로존 위기와 관련해 "특히 중국 등 개발도상국 또는 신흥시장(이머징 마켓)의 국내총생산(GDP)은 4% 이상 감소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경기후퇴(리세션)까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빈곤과 싸워 이룬 그 동안의 성과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총재는 "세계 최빈국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제한적으로 노출돼 있기 때문에 유로존 위기와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세계 어느 국가도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따라서 유럽 지도자들은 위기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서둘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는 고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개혁이 필요하며 중간소득국가는 경제구조를 현대화하고 성장 전망에 맞게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면서 "개발도상국에서 많은 국민이 중산층으로 올라서고 있지만 가난한 국민은 여전히 뒤처져 있고 일부 중산층은 다시 빈곤층으로 추락할 위험에 놓여있다"고 우려했다.
김 총재는 세계은행의 역할과 관련해 "유로존 위기와 같은 세계 경제의 위험성으로부터 개발 이익을 지키는 것이 세계은행의 최우선 과제"라며 "경제 기반이 약하거나 갈등에 처한 국가의 개발을 촉진하고 개발도상국의 성장을 지원하는 세계은행의 역할이 소수가 아닌 모두에게 이익을 되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한국의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은 공동체 의식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총재의 강연이 끝난 뒤 케말 더비스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이 "많은 개발도상국이 한국의 개발 경험을 배우고 싶어한다"며 "스페인과 그리스 등 위기 국가들도 세계은행을 통해 한국 등의 개발 경험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하자 김 총재는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전제 하에 한국의 금 모으기 운동을 소개했다.
김 총재는 "1990년대 말 외환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한국 국민은 보석 상자에서 금과 반지 등을 꺼내 내놓았고 그것이 모여 수십억달러가 쌓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위기 상황을 돌려놓은 것은 돈이 아니라 나라를 살리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연대와 공동체 의식이었다고 김 총재는 강조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