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검객' 남현희(31ㆍ성남시청)가 마지막 올림픽에서 새 역사를 벼르고 있다. 여자 펜싱 사상 첫 금메달을 노리는 남현희는 4년을 이를 갈고 기다려왔다. 하지만 '세계 펜싱계의 불가사의' 발렌티나 베잘리(38ㆍ이탈리아)의 벽을 넘어야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현희는 금메달 문턱까지 갔다. 베잘리와의 결승전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쳤지만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이로 인해 남현희는 '두 번은 울지 않겠다'는 각오로 4년 동안 지옥 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괴물' 베잘리를 넘기 위해서 남현희 역시 '괴물'이 돼야 했다.
백전노장 베잘리가 세계 랭킹 1위를 달리고 있고 남현희가 2위를 지키고 있다. 둘은 금메달을 놓고 이번에도 정면으로 맞부딪힐 확률이 높다.
베잘리는 올림픽 금메달을 5개나 목에 건 이탈리아의 영웅. 38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국제대회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펜싱의 한 관계자는 "이미 베잘리는 펜싱계에서 전설이다. 20년 동안 줄곧 세계 정상에 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두 번 다시는 베잘리 같은 선수가 나올 수 없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혀를 찼다.
베잘리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4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개인ㆍ단체 2관왕에 오른 그는 플뢰레 개인전에서 3연패를 이뤘다. 베잘리는 칼 루이스(미국)가 멀리뛰기 4연패(1984~1996)를 달성한 이후 개인 종목에서 처음으로 4연패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상대의 벽이 높지만 남현희는 완숙미로 금빛 찌르기를 정조준하고 있다. 남현희는 올해 아시아선수권에서 개인ㆍ단체전을 휩쓸 정도로 페이스가 좋다. 그는 지난 9일 손길승 대한펜싱협회장과의 오찬 자리에서 "금메달을 꼭 따겠다"고 당당하게 밝힐 정도. 주특기인 팡트(깊게 찌르기)를 하루 1,000번 이상 훈련했다는 그는 4년 전보다 더욱 강해졌다.
"4년 동안 국제대회를 다니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나이가 들었지만 노련미가 갖춰졌다. 펜싱에 대한 열정과 노련미가 합쳐져 완숙된 것 같은 느낌이다."
사이클 국가대표인 남편 공효석(금산군청)의 외조도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는 "남편이 연하지만 나이에 비해 성숙해 가끔 오빠라는 생각도 든다. 같은 운동 선수라 이해심도 깊고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남현희는 28일 플뢰레 개인전에서 금빛 사냥에 나선다.
"그냥 주부 남현희는 어색해 선수 남현희가 멋지고 어울려 런던에 함께 못 가서 미안해"
■ 자랑스러운 아내 현희에게
여보, 올림픽 준비하느라 힘들지. 4년간 힘들게 준비한 무대에 오를 시간이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어. 한 달에 한두 번, 당신을 볼 때마다 다리는 골반통증 때문에 테이프로 칭칭 감아 놓고 팔다리는 펜싱 칼에 찔려 멍들고…, 심할 때는 파인 곳을 볼 때면 정말 바로 펜싱 그만두라고 하고 싶었어.
하지만 '그냥 주부' 남현희는 아직 너무 어색하고, 펜싱 선수 남현희가 더 멋지고 어울려. 모든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 할거야. 그리고 중요한 건 아직 당신이 펜싱을 더 하고 싶어하고 힘들지만 재미있다고 하니까. 하지만 몸 생각도 하면서 훈련해줘. 서로 운동만하고 살아갈 수는 없잖아. 아기도 낳아야 하고 그 동안 못한 여행도 가야 하잖아ㅋㅋ. 그리고 항상 내가 말로 표현 못했지만 운동하느라 힘들 텐데 큰 내색 않고 웃고, 우리 식구들 챙길 때마다 당신이 정말 대단하고 내 아내지만 정말 존경했어. 그래서 나도 더 당신 부모님께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고마워. 그리고 많이 사랑해 .
이렇게 힘들게 준비할 때 옆에서 지켜주면서 먹을 거라도 더 챙겨주고 어깨라도 한번 더 주물러 주면서 힘을 줘야 하는데… 나도 바쁜 선수 생활을 하다 보니 기회가 없다. 만약 올림픽에 같이 출전했다면 그 의미만으로도 멋진 추억이 되고, 조금이라도 더 힘을 줄 수 있을 텐데. 올림픽에 욕심을 가지고 더 노력할걸. 많이 아쉽다. 함께 런던에 가지 못해 미안하고, 난 팀에서 선수들과 함께 열심히 응원할게 .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의 아쉬움을 4년이 지난 지금 런던 올림픽에서는 감동의 금메달로 보상 받아. 여보 파이팅!
공효석(사이클 국가대표)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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