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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탄생 80주년… 예술적 동료 플럭서스 뮤지션 고스기 다케히사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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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탄생 80주년… 예술적 동료 플럭서스 뮤지션 고스기 다케히사 방한

입력
2012.07.1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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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 만난 건 1962년쯤일 겁니다. 하지만 일본의 음악잡지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죠. '백남준이 피아노 페달을 먹었다'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는데, 그때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어요. '이 사람이 진짜다' 생각했습니다."

당시 백남준(1932~2006)은 페달을 핥은 것이지만 그 퍼포먼스는 고스기 다케히사(74)에게 평생토록 '백남준은 굉장한 아티스트'라는 인상을 남길 만큼 파격적이었다. 존 케이지(1912~1992) 백남준(1932~2006)과 함께 '반 고급예술'을 실천한 플럭서스 멤버인 일본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 퍼포머인 고스기가 백남준 탄생 80주년을 하루 앞둔 19일 한국을 찾았다. 1960년대 이후 줄곧 백남준의 예술적 동료였던 그는 "성(聖)과 속(俗), 미(美)와 추(醜)의 차별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정신세계의 구축을 백남준 작품에서 목격했다"고 말했다.

고스기는 얼마 전까지 존 케이지에 이어 머스 커닝햄 댄스 컴퍼니의 음악감독으로도 활약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현대음악 거장 존 케이지는 백남준이 진정한 스승으로 여겼던 미국의 작곡가. 그는 생전에 존 케이지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을 약속한 바 있다. 그들과 특별한 인연을 가진 고스기는 20일 경기도 용인시 상갈동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그들의 생일을 기념하는 강연과 공연을 펼친다.

그들과의 추억을 묻자 고스기는 존 케이지와 함께 연주를 했던 백남준 작품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을 떠올렸다. 이 작품 덕분에 교류가 잠시 뜸했던 70년대를 지나 백남준과 다시 만났다. 백남준의 대표작 중 하나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뉴욕, 샌프란시스코, 파리에서 동시 공연과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전 세계 인공위성으로 생중계한 프로젝트. 공간을 넘어 상호 소통하는 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비디오 아트가 우주 공간과 연결된 순간은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중계 중에 위성 회선에 문제가 생겨서 영상이 일시 중단됐습니다만, 존 케이지와 즉흥 연주를 하던 제겐 라이브의 묘미가 느껴져 오히려 재미있었죠."

그는 인터뷰 내내 백남준의 선구자적인 안목을 상기시켰다. 플럭서스에 대한 백남준의 발언도 그 중 하나다. "1982년 독일에서 플럭서스 20주년 이벤트가 열렸는데 퍼포먼스 도중에 백남준씨가 쓰러질 뻔 했어요. 후에 그가 하는 말이 '그 순간 플럭서스는 끝났다'고 생각했다더군요. 곱씹어 보니 플럭서스의 퍼포먼스도 반복되면서 패턴화되었다는 것에 대한 반성이자 경고였던 셈이지요."

플럭서스 정신을 환기시키던 그는 자리를 뜨기 전 백남준 탄생 100주년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백남준씨는 생전에 달에서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를 연주하고 싶어했지요. 그의 퍼포먼스는 형식을 따라 한다고 재현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 100주년 때는 달에서 연주한 '월광소나타'를 지구에서 듣는 프로젝트를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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