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에서 이스라엘 관광객이 탄 버스를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로 테러범 한 명을 포함, 최소 7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폭탄테러"라고 주장하며 강력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불가리아 국영 BNR 라디오에 따르면 18일 오후 5시 20분쯤 흑해 연안 부르가스공항 주차장에서 버스가 폭발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출발한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한 뒤 154명의 승객이 7대의 버스에 막 탑승한 순간이었다. 폭발한 버스에는 임신부 2명과 11세 소녀 1명을 포함한 40여명이 타고 있었다. 희생자는 불가리아인 운전기사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이스라엘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가리아 정부 조사에 따르면 36세로 추정되는 백인 남성이 이날 폭탄이 든 배낭을 짐칸에 실은 뒤 버스에 탑승했다. 이 남자는 미국 미시간주의 가짜 운전면허증을 갖고 있었는데 불가리아 정부는 그의 신원을 확인할 지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테러 직전 그의 모습이 찍힌 보안 카메라 화면도 언론에 공개됐다.
사건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이란의 테러"라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조직 헤즈볼라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도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다. 이스라엘타임스는 이달 케냐와 키프로스에서 잇따라 이스라엘인에 대한 테러 용의자가 붙잡힌 것과 이번 사건을 연결시키며 "이란이 국경을 넘어 테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18년 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대인센터(JCC)에서 이란 배후로 의심되는 테러가 발생한 날 사건이 터진 것도 의혹을 더했다. 당시 테러로 85명이 죽고 300여명이 다쳤다.
올해 들어 1월 아제르바이잔에서, 2월에는 인도 태국 조지아 등에서 이스라엘 외교관 등을 대상으로 한 테러 공격이 잇따랐다. 이스라엘 정부는 그 때마다 이란 배후설을 주장했다.
트리타 파르시 이란계미국인협회(NIAC) 회장은 "이란이 연이은 이스라엘 외교관 테러 실패 후 보안이 느슨한 관광객으로 대상을 바꾼 것 같다"며 "'더러운 전쟁'으로 양국 관계가 통제불능 상태로 치달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테러 연루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란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무고한 인명을 앗아간 비인간적 테러 행위에 (이란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연루된 바 없다"며 "이란은 기본적으로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테러 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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