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앞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누가 되네 누가 안 되네 아웅다웅하며 시청하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파란 수영복에 사자 머리, 그래 그 미스코리아 대회에 왜들 그렇게 관심이 많았던 걸까. 내 몸의 타고난 주제를 일찌감치 파악한 나는 어릴 적 친구들이 장래희망에 미스코리아 진이요, 라는 걸 써낼 때 단 한 번도 그녀들의 왕관과 봉을 탐해본 적이 없었다.
입 꼬리에 경련이 날 정도로 강박적인 미소도 그렇거니와, 착한 척으로 일관하는 말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 옷 다 입고 있는 이들 앞에 죄다 같은 수영복을 입고 서서 평가를 받는다는 게 시쳇말로 영 거시기하단 걸 체득한 고등학교 이후부터는 미인대회 출전자들의 프로필 꿰기로부터 무관심해질 수 있었다.
이후 공중파에서 파란 수영복을 입은 미녀들의 행진을 더는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인터넷상에서 더 까발려진 그녀들의 이력을 면면히 살필 수 있는 기회는 늘어났다. 대회가 시작됨과 동시에 그녀들의 과거를 좇는 네티즌들의 발 빠른 수고로움에 온갖 사진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꼭 이렇게까지 남을 아프게 해야 하나, 하면서도 어머머 이게 한 사람이야? 놀라운 의술의 힘에 의혹의 눈초리를 버릴 수 없게 되는 바, 온전히 인정은 못 한다 해도 우리 본바탕의 기본기에는 고개 끄덕여주면 어떨까. 성형으로 모두가 바비 인형 되는 건 아니니까.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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