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칼 대는 거 반길 사람 없다. 아무리 아파도 웬만하면 수술은 피하고 싶은 게 환자 마음이다. 의술 발달 덕에 몸에 칼 대지 않고도 나을 수 있는 방법이 최근 들어 늘었다. 과거 수술 말곤 여지가 없던 척추질환도 비수술 치료가 점점 자리잡는 추세다. 하지만 수술을 늦추다 되레 병세가 나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환자 입장에선 여전히 갈등된다.
척추가 아픈데 수술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는 환자들에게 16일 경기도 의정부시에 새롭게 문을 연 척추관절전문 의정부척병원이 '원칙'을 제안했다.
디스크 환자 90%는 칼 안 대도
목부터 허리를 잇는 척추뼈 사이사이에 있는 물렁물렁한 조직이 디스크(추간판)다. 이곳에 문제가 생긴 환자의 약 90%는 수술하지 않고도 증세가 나아질 수 있다. 또 수술하면 더 좋아지겠지만 나이가 많아 수술이 힘든 경우, 고혈압을 비롯해 원래 환자가 앓고 있는 다른 병 때문에 수술이 어려운 경우, 과거 디스크 수술을 받았는데 증상이 재발한 경우,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담감이 유독 심한 경우 등은 특히 비(非)수술 치료를 우선 한다.
수술 않고 척추를 치료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주사다. 문제가 생긴 디스크 주변에 주사로 약물을 넣어 부어 있던 신경이나 염증반응을 가라앉히는 것이다. 디스크가 찢어지거나 척추신경이 지나는 통로(척추관)가 나이 들어 좁아지는(협착증) 바람에 신경을 눌러 허리에 통증을 느끼는 환자에게 이 방법을 많이 쓴다. 초기나 중기 척추관협착증이면 좀더 적극적인 비수술 치료법인 신경성형술도 가능하다. 꼬리뼈를 통해 관을 넣어 약물을 주입하고 눌린 신경을 복원시켜주는 것이다.
이들 비수술 치료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주요 요소는 첨단 장비와 정교한 솜씨다. 숙련된 의료진이 디스크와 척추신경, 척추 주변 조직 등을 영상투시장비로 꼼꼼하게 관찰한 다음 치료 효과가 미치는 범위까지 예측하며 정확하게 시술해야 효과가 좋다.
통증+마비=처음부터 수술
비수술 치료만 고집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실제로 수개월 동안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비수술 치료를 받았지만 허리 통증이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심해져 직장에 병가까지 낸 30대 남성 최모씨는 최근 서울척병원에서 결국 수술을 받고 호전됐다. 사실 최씨가 겪은 증상은 단순히 허리 통증만이 아니었다. 왼쪽 발목이 자주 마비되기도 했다. 의정부척병원 척추센터 홍준기 대표원장은 "보통 통증과 마비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처음부터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증상에 적합한 치료법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무조건 비수술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의료진이 수술을 할지 비수술 치료를 할지 판단하는 기준은 일반적으로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정도와 마비 같은 디스크 관련 합병증이 함께 나타났는지 여부다. 통증이 너무 심해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경우, 디스크가 신경을 심하게 눌러 해당 부위에 감각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경우, 팔이나 발목, 발가락 등에 힘이 빠지거나 마비가 생기는 경우, 대소변 장애 같은 신경학적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 다양한 비수술 치료를 했는데도 나아지지 않는 경우 등은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척추 수술은 피부를 가르는 정도와 근육이 손상되는 정도, 뼈와 인대를 제거하는 정도 등에 따라 다양하다. 예를 들어 레이저디스크수술은 피부를 2~5cm만 갈라 미세현미경이나 내시경으로 확대해 보면서 레이저로 손상된 디스크를 제거하고, 척추고정술은 피부를 10~12㎝로 크게 절개해 척추에 문제 생긴 부분을 회복시킨 다음 흔들리지 않게 금속으로 지지해주는 방식이다. 홍 원장은 "최근에는 피부를 2㎝씩 두 군데만 절개해 근육 손상을 줄이는 척추고정술도 가능해져 수술 후 회복도 빨라졌다"고 덧붙였다.
여자와 노인 위한 인공관절
척추뿐 아니라 인공관절 수술도 요즘엔 피부나 근육 손상을 최대한 줄이면서 환자 맞춤형으로 넣을 수 있다. 과거 인공관절은 대부분 남성의 무릎 크기에 맞춰 만들어졌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무릎보다 큰 인공관절을 써야 하는 여성 환자들은 수술 후 무릎 앞부분에 불필요한 마찰이 생기면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게 여성형 인공관절이다. 여성 무릎의 모양, 크기와 비슷해 수술 후 무릎의 움직임이 훨씬 자유롭고 통증도 크게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의정부척병원 관절센터 강진석 대표원장은 "130도 이상 구부러질 수 있어 좌식생활에 익숙한 동양인에게 알맞은 고굴곡형 인공관절은 노년층도 수술 후 큰 부담이 없다"며 "단 환자 본인의 관절이 아직 괜찮다고 판단되면 인공관절 수술보다는 비수술 치료로 최대한 자기 관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