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부의 실세였던 리영호 총참모장이 숙청된 뒤 이어 이틀 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공화국 원수에 추대됨으로써 북한의 개혁·개방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간 북한 내부에서는 위축될 대로 위축된 경제 상황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개혁·개방을 더욱 큰 폭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반대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한 쪽이 군부 강경파들이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 정치' 강조에 따라 국가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군부의 영향력은 지대했고 상대적으로 당이나 내각의 테크노크라트들의 의견은 잦아들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출범 이후 민간인 출신의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최룡해 총정치국장 등이 군의 주도권을 쥐면서 경제 개혁에 소극적이었던 군부 강경파의 입지가 축소돼 내부 역학 관계가 완전히 바뀌게 됐다는 설명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의 북한 전문가인 루디거 프랑크 박사는 18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리영호가 지도부의 경제 개혁과 관련해 숙청됐다"며 "앞으로 북한의 경제 개혁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프랑크 박사는 "김정은은 어떻게든 정통성을 내세워야 하는데 유일한 방법이 경제적 성과를 거두는 것"이라며 "리영호 사건으로 권력 투쟁을 성공적으로 끝냈다면 이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경제 문제에 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날 중국 란주일보(蘭州日報)도 최근 북한이 인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고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고, 이것이 리영호 해임으로 이어졌을 것이란 취지의 보도를 했다.
김 1위원장은 4월 발표한 담화에서 "경제 사업의 모든 문제를 내각에 집중시키고 내각의 통일적 지휘에 따라 풀어나가는 규율과 질서를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내각에 힘을 실었다. 또 김 1위원장이 최근 경제 현장에서 세계적 추세를 부쩍 강조하고 모란봉악단이 미국 문화의 상징적 아이콘인 미키마우스를 등장시키고 영화 '록키' 등을 상연한 것도 개혁·개방의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부가 군부 강경파의 약화를 주도하면서 7월 말이나 8월 경제 개선과 관련된 행동을 적극적으로 취할 가능성이 높다"며 "당에서 공장 지배인을 임명해 내려 보내던 것을 앞으로는 능력 있는 사람에게 맡겨 자율적으로 경영하게 하는 등의 획기적인 경제 개선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리영호 경질을 개혁·개방과 바로 연결시키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나온다. 북한 내부에서 군부가 오랫동안 실권을 장악해 왔기 때문에 이 같은 권력 지형을 바꾸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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