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여름철은 화장품 비수기입니다. 브랜드숍 화장품업체들은 불황과 여름철 비수기가 겹치자, 대대적인 할인경쟁을 펼치고 있는데요.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브랜드숍이 즐비해 있는 명동에 가면 매장마다 '최대 50% 할인' '1+1'같은 포스터를 쉽게 볼 수 있죠.
한 업체 관계자는 "할인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매장당 매출이 3~7배 가량 차이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세일가격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싸지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쩐지 속는 것 같은 느낌이 랄까. 알고 봤더니 화장품 업체들이 세일 시작 전 용기와 디자인을 바꾸거나, 새로운 라인을 출시하면서 슬그머니 가격을 올렸던 것입니다.
예컨대 라네즈의 3만8,000원짜리 '워터뱅크에센스'는 현재 공식 온라인몰에서 3만4,200원에 할인 판매되고 있습니다. 라네즈는 지난 4월 이미 가격을 올렸는데, 인상 전 가격이 3만5,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말이 세일이지 사실상 종전가격으로 파는 셈입니다. 4만2,000원짜리'하이드라 솔루션 크림'도 10% 가량 할인된 3만7,800원에 팔리지만 가격 인상전인 4만원과는 2,200원 밖에 차이가 안납니다.
기존 제품가격을 올리는 것 외에 상품을 새롭게 내놓으며 값을 올리기도 합니다. 이니스프리가 지난 4월 모델 이민호를 영입하며 출시한 기존 남성 기초화장품인 '포레스트포맨'의 스킨, 로션 가격은 1만9,000원과 2만2,000원. 지난주 10% 세일하면서 1만7,100원, 1만9,800원에 판매했는데, 세일가격이 기존 남성 스킨과 로션가격(1만7,000원)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쌉니다.
성분을 첨가하거나 용기를 바꾸는 것은 화장품 업체들이 사용해온 전형적인 가격인상 방법입니다. 이런 꼼수는 대형업체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중저가 화장품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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