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대선 후보 경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모두 4단계를 거쳐야 야권의 대선 후보가 최종 확정된다. 민주당 예비 경선과 본 경선, 결선투표에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과의 단일화 경선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캠프마다 결선투표제에 따른 유불리 계산으로 분주한 가운데 선두권 '빅4주자'는 저마다 "불리할 것이 없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당초 비용과 시간을 이유로 결선투표제 도입을 반대했던 문재인 상임고문도 불리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 고문은 18일 조계사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결선투표제를 치르는데 드는 비용이나 시간이 부담스러울 뿐 불리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명의 후보가 경쟁하는데 1, 2위 간의 격차가 적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느냐"며 "그럴 경우 결선투표제가 합리적 방안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캠프에서는 완전국민경선제의 틀만 유지된다면 1위를 지켜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결선투표제를 받아들인 만큼 "자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국민이 참여하는 모바일 투표가 그대로 반영되면 결선투표에서도 구도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정세균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 이른바 '비(非) 문재인' 주자들은 "결선투표 도입이 경선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반기고 있다. 2위 후보가 3위 후보 등과 연대해 1위 후보와 다시 한 번 겨루는 과정에서 이변이 생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1970년 신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결선투표를 통해 김영삼 후보를 제치고 대선 후보가 되는 이변을 만들어낸 적이 있다.
특히 '비문' 주자들은 본 경선에서 문 고문이 50% 미만의 득표로 1위를 차지해 결선투표가 성사될 경우 문 고문을 제외한 주자들의 연대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상임고문 캠프의 전병헌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여러 형태의 연대가 모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군소 후발 주자들은 "그들만의 리그"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3번에 걸쳐 경선을 치르면 경선의 역동성과 긴장도가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환 의원은 "유력 대선 후보가 힘을 합쳐 겨우 컷오프 룰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고쳤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결선투표를 포함한 다단계 경선 룰과 일정을 확정했다. 먼저 29~30일 예비 경선을 통해 7명의 대선주자 가운데 5명의 후보를 선출한다. 당원과 일반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5대5의 비율로 반영하는 경선이다. 이어 8월25일부터 9월16일까지 전국을 순회하면서 본 경선을 치르는데, 본 경선은 당원과 일반 국민을 구별하지 않고 선거인단에 1인1표를 부여하는 완전국민경선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거인단은 모바일 투표와 현장 투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비문' 주자들이 모바일 투표의 문제점을 들어 막판까지 '모바일과 현장 투표의 5대 5 반영'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본 경선에서 1위 후보가 과반 이상의 표를 확보하지 못하면 9월23일 1, 2위 후보를 놓고 결선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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