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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계속된 KAL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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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계속된 KAL기 의혹

입력
2012.07.1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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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1월 29일 오후 2시5분쯤 미얀마 근해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비행기 한 대가 폭발했다. 전날 밤 11시 27분 이라크 바그다드를 출발해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를 거쳐 방콕을 향하던 보잉707 기종의 대한항공(KAL)858기였다. 당시 공중폭발로 탑승객 115명 전원이 사망했다. 국가정보원(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당시 하치야 신이치(김승일), 하치야 마유미(김현희)라는 일본인으로 위장한 북한공작원이 범인이며, 김정일의 '88서울올림픽 참가신청 방해를 위해 대한항공 여객기를 폭파하라'는 친필 공작지령을 받고 저지른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이 라디오와 술로 위장한 고성능 폭탄을 좌석 선반 위에 남겨놓은 채 아부다비 공항에서 내렸으나 김승일은 바레인 공항을 빠져나가다가 위조여권임이 발각돼 담배 필터에 넣은 독극물을 삼켜 자살했고 김현희는 소량을 삼켜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정치적 목적의 조작 의혹 불 지펴

이후 KAL858기와 김현희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김씨가 입에 흰 테이프를 붙이고 국내에 압송된 게 1987년 대선 하루 전날인 12월 15일인데다 블랙박스, 비행기 동체, 유해 등 사건의 실체를 밝혀줄 비행기 잔해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김씨의 진술에만 의존했고 북풍을 일으키기 위한 정보기관의 조작이라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 동체 잔해가 사건 3년이 지난 1990년 3월 발견됐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 폭발 흔적을 찾지 못해 의혹을 더했다.

KAL858기 폭파 의혹을 끈질기게 파고든 건 일본 언론이었다. 일본 저널리스트인 노다 미네오는 김현희의 행적을 추적해 김현희 가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1988~1989년 일본의 에 25차례에 걸쳐 관련 글을 연재해 1990년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2003년 7월 라는 제목으로 국내에도 출간되면서 가짜설은 증폭됐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은 같은 해 11월 여러 정황을 들어 "북한 공작원이 KAL기를 폭파했다는 이 사건은 조작 의혹이 짙다"며 "당시 안기부 등이 독재정권 유지를 위해 만든 여러 사건들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의원의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도 같은 달 MBC 'PD수첩'에 나와 "김현희는 완전히 가짜다. 절대로 북한 공작원이 아니라고 우리는 단정 짓는다"고 주장했다.

"김현희 북한 공작원 맞다" 결론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국가정보원 과거 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재조사에 나서 국정원의 사전 인지 및 공작 여부, 김승일ㆍ김현희의 북한 출신 여부, 폭파 범행 여부, 폭탄의 종류와 양에 관한 의혹, 잔해 수색 문제 등 148개 의혹을 검토했다. 2007년 10월 위원회가 내린 결론은 "'KAL858기 폭파사건'이 북한 공작원에 의해 벌어진 사건임을 확인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김씨를 한번도 대면조사 하지 못해 결과의 신빙성을 두고 말이 많았다.

최근 대외 행보에 나선 김현희는 지난달 한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해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 국정원까지 나서 나를 가짜로 몰고 신변 위협을 했다"고 말하면서 새로운 논란이 일었다. 김현희는 "국정원 조사의 목적은 '김정일이 안 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고도 주장했다.

김황식 총리는 1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현희에 대한 노무현 정부 시절의 '가짜 조작설'에 대한 질의에 "김씨는 가짜가 아니다"라며 "예전에 국정원이 (이 사안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지만 정확한 내용은 모른다"라고 답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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