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중급 태풍으로 발달해 북상 중인 제7호 태풍 카눈이 서해안을 따라 한반도로 올라옴에 따라 2010년 태풍의 강풍 피해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0년 태풍 '곤파스(Konpasu)'가 서해를 통해 상륙했을 당시 무려 초속 40m 이상의 강풍이 중부지역에 들이쳐 가로수가 뿌리채 뽑히고 간판과 지붕이 날라가는 피해가 속출했다. 하지만 기상청은 곤파스 정도의 강풍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는 대신 비 피해를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상 서해상을 통해 우리나라로 접근하는 태풍은 다른 경로를 거쳐 상륙한 태풍보다 훨씬 위험한 태풍으로 간주된다. 바다 위를 지나는 태풍은 수증기를 대량으로 공급받아 강수량이 많고, 육지에 비해 저항이 적어 풍속이 빨라지는 등 위력이 강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계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 에너지에 태풍이 이동하는 운동에너지까지 합쳐져 오른쪽 반경에 드는 한반도 서쪽 지방의 바람 피해가 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전망대로라면 카눈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강풍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기상청은 18일 한때 시속 90㎞에 달했던 카눈의 최대 풍속이 19일 오후에는 시속 76㎞, 20일 새벽에는 시속 65㎞ 가량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곤파스와는 달리 큰 강풍피해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기상청 관계자는 "곤파스는 당시 중심기압이 960헥토파스칼로 강한 저기압을 형성하며 초속 40m 이상의 강풍이 불었다"며 "카눈은 현재 중심기압이 980헥토파스칼을 형성하며 초속 25m 내외에 그쳐 바람 피해는 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풍 카눈이 서해로 북상하면서 의외로 세력이 약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서해상의 낮은 기온 때문이다. 기온이 낮으면 수증기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에너지가 떨어진다.
과거 사례를 보면 서해로 곧장 북상하는 태풍은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 32년간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미친 태풍은 모두 44개. 그 가운데 서해상으로 직접 북상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1985년 '리'를 비롯해 1999년 '앤', 2010년 '곤파스' 뿐이다. 전체의 10%도 안될 정도로 적다. 우리나라 주변을 지나는 태풍은 편서풍의 영향으로 보통 중국대륙을 경유해 북동진하거나 남해 상에서 북동진한다. 더욱이 곤파스와 앤은 9월에, 리는 8월에 한반도를 강타한 반면 7월 태풍인 카눈이 서해를 거쳐 북상하게 된 것은 장마전선 탓이다. 우리나라 동쪽에 장마전선과 맞물려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버티고 있어 고기압 세력에 밀린 태풍이 동진하지 못하고 북진하고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카눈으로 인한 강풍 피해는 곤파스만큼 크지 않겠지만 장마전선에 영향을 미쳐 비 피해는 우려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전선이 태풍으로부터 다량의 수증기를 공급받으면서 많은 비를 내릴 확률이 높은 만큼 강풍 피해뿐만 아니라 산사태나 축대붕괴, 저지대 침수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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