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8부(부장 심우용) 심리로 열린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에 대한 공판에서 진경락(45)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직감찰 기능을 넘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의 배후 등 정권 비판 세력을 색출하는 일에 동원됐다고 인정했다.
진 전 과장은 검찰 측 피고인 신문에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나에게 '촛불시위에 자금을 대는 배후를 밝혀내 차단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와 관련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실제 지휘한 인물은 이 전 비서관"이라고 진술했다. 진 전 과장은 "이 전 비서관의 지휘에는 (민간인 사찰 등) 부적절한 지휘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진 전 과장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이 전 비서관이나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의 지시대로 움직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작성한 '일심(一心) 충성 문건'에 등장하는 'VIP 특명사항' '절대충성 친위조직'과 같은 표현에 대해서는 이 전 비서관이 평소 즐겨 쓰던 표현을 가져다 썼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진 전 과장은 또 박영준(52) 당시 총리실 국무차장이 비선보고 내용을 전달받았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이 전 비서관은 박 전 차관을 '형님'이라고 불렀는데, 내가 보고를 마친 뒤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를 걸어 보고를 올리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김종익(58) 전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총리실의 불법사찰의 계기가 된 '쥐코 동영상'이 상영됐다. 이 동영상은 미국의 의료제도를 비판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를 패러디해 한국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등을 비판한 것으로, 김 전 대표는 이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렸다는 이유로 불법사찰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25분 분량의 이 동영상은 이명박 대통령을 전과 30범에 자신의 땅값을 올리기 위해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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