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식민지였던 케냐의 1950~60년대 독립투쟁 조직인 마우마우 관련자에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처음 인정했다. 당시 정치범 수용소에 억류됐던 케냐인들이 영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대법원 증언을 통해서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7일 마우마우의 조직원 또는 동조자라는 이유로 붙잡힌 세 명의 케냐인들이 대법원에서 거세와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했으며 정부측 변호사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마우마우는 50년께 키쿠유족에 의해 조직된 후 케냐가 독립을 쟁취한 63년까지 영국에 대한 무장봉기를 이끈 조직이다. 당시 영국은 철저한 탄압 방침을 세워 수만 명의 관련자들을 학살하고 수용소에 가뒀다. 영국 정부는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생존자들의 주장에 대해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고 증거가 부족하다"며 부인해 왔다.
70~80대가 된 관련자들은 이날 법정에서 반 세기 전 당한 끔찍한 일을 다시 불러냈다. 마우마우 조직원이었던 파울로 무오카 느지리(85)는 "발가벗겨져 체인에 감긴 채 소를 거세할 때 쓰는 집게로 공개 거세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10년간 수용소에 억류됐던 왕부가 와 니잉기(84)는 "한번에 14명의 수감자가 영국군의 지휘봉에 맞아 죽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마우마우에 음식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15세 때 끌려간 여성 제인 무토니 마라(73)는 뜨거운 물을 담은 유리병을 성기에 넣는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반대 심문을 하기 전 영국 정부측 변호사는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논쟁하지 않을 것"이라며 증언을 받아들였다. 케냐인들이 법정 투쟁을 시작한 2009년 이래 처음으로 영국 정부가 가혹행위를 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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