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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모란봉악단과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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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모란봉악단과 자본주의

입력
2012.07.1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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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한지 7개월이 지나고 있다. 예상보다 빨리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초보운전 단계를 지나 자기 궤도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권력승계 준비가 덜된 20대 후반의 청년지도자가 산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북한을 잘 끌고 갈 것인가가 우리를 비롯한 세계인의 관심사다.

우려섞인 시선으로 지켜보는 국제사회를 향해 북한은 자본주의 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미키마우스 캐릭터가 등장하는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여러 차례 내보냈다. 영화 록키의 배경음악도 나왔다. 김정일 시대에는 자본주의 날라리풍이라고 비난했을법한 서구 자본주의 문화와 관련한 장면을 내보낸 북한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해봐야 한다.

김정은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를 스위스 베른에서 보냈다. 김정일이 자본주의를 체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는 양립이 불가능한 배타적인 생산양식이라고 하면서 자본주의 황색바람을 막는데 주력했다. 이에 비해 김정은은 자본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기보다는 '세계적 추세'를 강조하면서 인민생활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자본주의를 몸으로 체험한 김정은은 머리로만 자본주의를 생각했던 김정일과는 확연히 다른 통치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이 조직한 모란봉악단 공연은 북한주민들과 세계를 향한 특별한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걸 그룹을 연상케 하는 옷차림과 율동, 자본주의 상징문화의 노출 등은 자본주의를 대하는 김정은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형 김정철이 귀걸이를 하고 싱가포르에서 열린 에릭 크립튼 공연을 보러간 장면에서 확인했듯이 두 형제는 자본주의가 체화된 북한의 '새로운 인간형'인지도 모른다.

미국이 김정은 체제 출범과 관련해서 안정적인 권력이양을 희망한다고 논평한 것은 3대 세습임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자본주의를 경험한 지도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본주의를 경험하지 못한 다른 어떤 지도자보다는 차라리 김정은이 낫다고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놀라운 것은 부인으로 추정되는 여인이 김정은의 옆 자리에 앉아 공연을 함께 관람했다는 사실이다.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는 최룡해와 장성택 사이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영락없는 부부로 추정할 수 있다. 김정일의 경우는 부인을 노출하지 않았다. 김정일은 성혜림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김정남을 낳았고, 김영숙, 고영희 등 부인이 여럿 있었지만 한 사람도 대중 앞에 공개하지 않았다. 오랜 기간 후계구축과정에서 은둔통치가 습성화된 김정일은 부인과 자식들을 대중 앞에 공개하기를 꺼렸다. 북한주민들이 김정은의 형제 등 가족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김정은이 부인으로 추정되는 여인과 동행하는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고 노동신문 1면에 사진을 게재한 것으로 볼 때 퍼스트레이디일 가능성이 높다. 집권초기 김정은이 부인을 공개한 것은 다목적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륜이 짧은 청년지도자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 부인을 공개하여 가정을 가진 안정감 있는 지도자상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사망한 어머니에 대한 회한(悔恨)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생전에 한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고영희와 관련한 영상물을 최근에 공개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일찍이 어머니를 여윈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김정은도 모성결핍증이 있는지도 모른다. 공개행사에 부인을 동반하는 것은 불안한 최고지도자의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추론들을 모두 무시한다고 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공개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김정은의 통치스타일에서 부인동반의 배경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평양의 놀이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 관리들을 질타한 김정은이 이번에는 군부 후견인으로 알려졌던 인민군 총참모장 리영호를 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군기잡기에 나섰다. 김정은은 아버지가 닦아놓은 선군정치의 길이 아니라 당과 내각을 중심으로 한 인민생활향상의 길을 개척하려는 모험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생각하는 새로운 길이 자본주의를 수용하는 선경(先經)정치라면 주변 국가들도 환영할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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