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NGO가 4대강 사업을 그레이상으로 선정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다. 세계습지관련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세계습지네트워크는 국제습지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10년부터 6개 대륙별로 습지보전의 모범사례에 주는 블루상과 위기에 처한 습지 사례에 주는 그레이상을 시상해오고 있다. 투표 과정과 선정 절차는 후보 습지에 대한 인터넷투표와 세계습지네트워크의 자체평가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정부는 투표기준이 불명확하고, 투표수도 전 세계 2,000여 명이 참여하는 등 국제적 공식행사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금번 투표과정에서 습지관련 NGO들이 4대강 사업을 그레이상에 투표할 것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4대강 사업을 제외하면 투표수가 거의 10표미만으로, 선정의 신뢰도에 오점을 남겼다.
이왕에 비공식 단체에 의한 상이라도 블루상을 받기위한 노력을 할 수는 없었을까.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엔 제1차에 나카쓰 갯벌이, 제2차에는 마라야마 가와가 연속적으로 습지보전의 모범사례에 주는 블루상에 선정됐다. 습지NGO들 간의 투표와 평가 및 토론을 거쳐 대륙별로 수상이 결정된다고 볼 때 이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없이 블루상을 받기가 사실상 어려웠을 것이다. 일본 NGO가 자국의 우수한 습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려 노력한데 비해, 한국의 습지NGO네트워크가 아직 진행 중인 국책사업을 그레이상에 선정되도록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는 것은 조금 성급한 처사인 듯 하다. 오히려 우수한 국내 습지 사례를 알리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아쉬움과 그간의 보전활동을 펼쳐온 습지단체들로서는 이웃나라의 단체에 비교되어 그간의 보전활동 등이 퇴색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든다.
습지보전법에 따르면 습지란 "담수·기수 및 염수가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그 표면을 덮고 있는 지역으로서 내륙습지 및 연안습지를 말한다"고 정의되어 있다. 공식 국제기구인 람사르협약에선 습지의 현명한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을 요구하고 있는데, 여기서 현명한 이용이란 습지생태계의 자연적 특성을 유지하면서 이와 양립해 인류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이용을 의미한다. 한편 불가피한 경우, 습지보전 전략의 하나로 습지훼손을 최소화하면서 대체습지 조성을 독려하고 있다. 환경부 발표 자료를 보면, 4대강살리기 사업으로 영향을 받은 77개 습지(1만2,066㎡)에 대해 147개소의 신규습지(1만2,538㎡)를 대체 조성했다고 한다. 즉 4대강 사업을 통해 일부 습지가 영향을 받았지만 보전가치가 높은 습지를 최대한 보존하고 대체습지를 통해 습지총량을 늘렸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던 우리나라의 강에 대한 친근감을 되새겨보면서 사업완료 이후 4대강의 환경개선을 좀 더 지켜본 후에 판단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최근 700만 명 이상이 4대강의 보, 수변생태공간, 자전거 길과 캠핑장을 각각 다녀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러한 국내의 관심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유엔 환경계획(UNEP) 등 국제기구에서 4대강사업에 대한 평가도 매우 긍정적이고, 모로코, 파라과이, 태국 및 알제리 등 많은 국가에서 우리 수자원 관리기술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국민들의 환경이나 자연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높은 수준이며, 4대강 사업의 성공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또한, 전문가로서 필자는 생태계복원을 위한 대체습지, 생태하천과 동식물 서식지 조성 등이 잘 추진되는지 계속 지켜볼 것이다. 앞으로 사업 완료 후 공식적인 자료 제공 및 제대로 된 관리를 통해 향후 4대강의 생태환경이 더욱더 좋아 지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해지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전시영 원광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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