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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옴니버스영화 '무서운 이야기' 5인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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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옴니버스영화 '무서운 이야기' 5인의 감독

입력
2012.07.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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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영화는 '얼마나 무서운지 보자'는 관객들과의 대결"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다섯 감독이 뭉쳤다. 아파트에 단 둘이 남겨진 오누이의 공포(정범식 감독 '해와 달'), 항공기 안의 유혈낭자(임대웅 감독 '공포 비행기'), 전래 동화의 현대판 잔혹 버전(홍지영 감독 '콩쥐, 팥쥐'), 한국판 좀비 영화(김곡 김선 감독 '앰뷸런스')까지 총 4편의 이야기가 영화 '무서운 이야기'에 담겼다. 19일 문을 여는 1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이자 26일 개봉하는 이 영화의 다섯 감독을 17일 만났다.

'무서운 이야기'는 2009년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를 제작한 데이지엔터테인먼트가 공포영화 연출 경험이 있는 감독들에게 연출을 의뢰해 만든 작품이다. 다섯 감독 중 유일하게 호러 연출 경험이 없는 홍지영 감독은 "다음 작품으로 공포영화를 준비하던 중이어서 주저 없이 참여했다"고 했다. 홍 감독의 남편이자 최근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흥행시킨 민규동 감독이 영화의 앞뒤, 네 에피소드의 연결 부분을 맡았다.

네 개 에피소드의 제작에 든 총비용은 고작 8억원. '공포 비행기'를 연출한 임 감독은 "돈을 안 받고 도와준 분들이 많아서 실제 제작비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공포영화의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여러 항공사로부터 거절당한 뒤 대구의 한 영어마을에서 쓰고 있던 폐비행기를 빌려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해와 달'의 촬영에 쓰인 아파트 중 하나도 배우 남성진 김지영 부부의 것이다. 정 감독이 대학 동창 남성진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인데, 김지영은 우연찮게 김곡 김선 형제 감독의 '앰뷸런스'에 출연했다.

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답게 네 영화는 현실에서 겪기 힘든 독특한 소재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해와 달'은 정 감독이 유년 시절의 악몽과 환상을 뒤섞어 만든 밀실 공포극이고, '공포 비행기'는 임 감독이 승무원들 사이의 괴담에서 힌트를 얻은 유혈 낭자 호러다. 홍 감독은 "'콩쥐팥쥐전'의 여러 버전 중 하나에 팥쥐를 인육으로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착안했다"고 밝혔다.

좀비 호러 '앰뷸런스'는 소재 면에서 가장 이색적이다. 김곡 감독은 "여러 아이템 중 옴니버스에도 어울리고 가장 극장에 잘 걸릴 만한 것을 찾다 보니 좀비물을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두 감독은 제작비가 부족해 특수분장과 컴퓨터그래픽, 군중 신에 출연한 단역배우를 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김선 감독은 "스태프들이 의류 재활용함을 뒤져 찾은 옷을 입고 직접 시체로 출연했다"며 웃었다.

인터뷰가 무르익자 다섯 감독은 공포영화에 대한 예찬을 펼쳐 보였다. 보는 것보다 만드는 것이 좋다는 정 감독은 "어른이 돼서도 영화를 통해 어린 시절의 장난을 칠 수 있고 사회적 은유도 마음껏 할 수 있어 즐겁다"고 했다. "가장 영화적인 장르"라는 홍 감독의 말에 맞장구를 친 김곡 감독은 공포영화 연출을 "일종의 대결"이라고 했다. "누가 이기나 대결하는 것 같아요. 관객은 '얼마나 무섭게 하나 보자' 하고 극장에 오고, 감독은 그런 관객을 무섭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 가장 판타스틱한 5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개막작인 옴니버스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를 시작으로 19일부터 11일간 전 세계 47개국 231편의 장르 영화를 선보인다. 아직까지 볼 영화를 정하지 못한 관객을 위해 박진형 수석 프로그래머의 도움을 얻어 가장 '판타스틱한' 영화 5편을 골랐다.

'자살가게 3D'(감독 파트리스 르콩트)는 섬뜩한 제목과 달리 따뜻하고 밝은 분위기의 프랑스 애니메이션이다. 삶의 희망으로 가득한 자살 용품 가게 주인의 이야기를 팝업북(펼치면 입체 모형이 만들어지는 책) 같은 느낌으로 풀어낸다.

영국 호러영화 '인브레드'(감독 알렉스 챈던)는 외딴 시골 마을로 봉사활동을 떠난 네 명의 소년범들이 마을 사람들과 겪는 생존 싸움을 그린다. "극악무도한 신체절단과 웰메이드 스릴러가 공존하는 영화"라는 게 박 프로그래머의 설명이다.

코미디와 전위예술, 퍼포먼스를 오가는 기묘한 영화 '샤피토-쇼'(감독 세르게이 로반)는 러시아 젊은 예술가들이 힘을 모아 완성한 작품이다.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펼치는 네 가지 에피소드가 블랙 코미디로 연결된다.

영화제 단골 메뉴인 좀비 영화도 있다. 필리핀 영화 '좀바딩 제1탄: 레밍턴의 저주'(감독 제이드 카스트로)는 좀비 호러와 게이 영화를 버무린 독특한 작품. 박 프로그래머?"장르 영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면서도 지역적인 감성을 제대로 버무린 좀비 코미디"라고 말했다. 미국 영화 '이건 아니지'(감독 쿠엔틴 듀피욱스)는 실종된 반려견을 찾아 동네를 헤매는 남자가 겪는 황당한 사건을 그린 코미디 영화. 박 프로그래머는 "영화 형식은 익숙하지만 서사의 개연성에 대한 기대, 정상ㆍ비정상의 관념을 뒤엎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고경석 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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