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팩스거래 지시서와 관련된 손실에 책임지지 않으며 고객은 은행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A은행 팩스거래이용 약정서)
“컴퓨터 고장 등으로 서비스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은행은 책임지지 않는다.”(B은행 외화자동송금 거래약관)
시중은행들의 각종 계약서에 깨알 같은 글씨로 숨어있는 ‘책임 떠넘기기 식’ 약관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18일 “금융당국이 심사 의뢰한 461개 은행약관 중 11개 유형 36개 조항이 소비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돼 당국에 시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시정 조치를 받은 은행은 국민, 신한, 하나, 씨티, 산업, JP모간 등 11곳이다. 대표적인 억지 약관은 ▦거래로 인한 모든 위험에서 은행은 면책하고 고객이 권리주장을 포기하도록 하고 ▦고객 의무를 포괄ㆍ추상적으로 규정해 예측이 불가능하도록 하거나 ▦문서위조나 전산장애에 은행이 책임지지 않는다는 조항 등이다. 또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객에게 통보 없이 다른 상품으로 자동 전환시키고 ▦고객의 해지신청이 없으면 자동 재예치시키는 조항도 적발됐다.
공정위는 ▦우대서비스 제공기간을 명시하지 않거나 ▦부가혜택을 은행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22개 조항은 해당 은행이 자율 시정토록 했다. 이유태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금융 약관은 내용이 까다로워 소비자들의 이해가 쉽지 않기 때문에 불공정한 내용이 포함됐더라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신용카드ㆍ금융투자ㆍ저축은행 약관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