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는 17일 북한 군부의 실세였던 리영호 총참모장 전격 경질과 관련, "리영호 해임에 불만을 품은 북한 군부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북한 군부의 쿠데타나 대남 도발 위험을 직접 경고하고 나섬에 따라 북한 내부 정세가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리영호와 함께 신군부 핵심 인물로서 천안함 폭침·디도스 공격 등 대형 도발을 통해 '김정은 군공(軍功) 쌓기'를 뒷받침해 왔던 김영철(정찰총국장)의 경우 신변의 불안감이 클 것"이라며 "장성택·최룡해가 김영춘·오극렬·현철해 등 구(舊) 군부세력을 끌어들여 압박을 강화할 경우 군부 소장파들을 결집시켜 안팎으로 돌출행동을 시도하는 등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리영호 해임의 이면에는 김정은 친족과 신군부 간 갈등이 내재돼 있다"며 "리영호 해임에 불만을 품고 있을 군부가 수세 국면에서 탈피한 후 장성택·최룡해 인맥에 본격적인 반격을 감행, 심각한 정치불안이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문제는 김정은이 권력투쟁의 승자와 패자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김일성·김정일처럼 갖고 있느냐 하는 점"이라며 "이에 대해 의구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체제가 더욱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리영호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타 부처 업무에 간섭하는 등 내부 갈등을 야기하고 군 인사·통제권을 두고 최룡해와 마찰을 빚자 해임이란 강수를 둔 것"이라며 "이영호에 대해 치밀한 내사를 진행, 비리를 적발해 정치적으로 숙청한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2009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후계자에 지명된 뒤 권력을 장악한 현재까지 북한에서 20여명에 달하는 고위 간부들이 숙청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리영호 총참모장 경질 이후 불만을 가진 북한 군부가 권력 투쟁을 촉발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부가 반기를 들기 위해서는 내부에 강력한 파벌과 상당한 규모의 지지 기반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당이 총정치국을 통해 인사·조직 등 군의 주요 사항을 통제하고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등 공안기관이 군부의 주요 인사들을 겹겹이 감시하고 있어 외형상으로는 군부가 거사를 도모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다만 2009년 총참모장, 2010년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승승장구하며 김정일 시대 권력의 상징이자 군부의 최고 실세로 군림하던 리영호의 갑작스런 공백은 500만 정규군과 예비군을 지휘하는 북한군 간부들에게 상당한 충격이 될 수 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기조실장은 "북한 군 지휘부 개개인의 상실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김정은 체제에서 상당한 불안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와 국방위원회 명의로 현영철(61) 인민군 대장에게 차수 칭호를 부여했다. 해임된 리 참모장의 계급도 차수였다. 북한은 그의 직함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통일부 관계자는 "리 참모장 해임 다음 날 깜짝 승진시킨 것은 현 차수가 후임 참모장이란 의미"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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