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전격 경질되면서 군부 내 소장파의 집단 반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북한 군의 특이 동향은 없는 만큼 우리 군과 미국 측은 신중하게 상황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17일 군 당국에 따르면 리 총참모장 실각 전후로 우리 군의 기본적인 대비 태세에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다만 북한 군의 움직임에 이상 징후가 있는지 평소보다 세밀하게 살피기 위해 정보ㆍ감시 자산을 증강해 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북한 전역의 신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통신감청정찰기 '백두'와 금강산에 있는 농구공 크기의 사물까지 촬영이 가능한 영상정찰기 '금강', 전방 통신감청체계 등을 통한 대북 감시 빈도를 늘렸고, 주한미군도 U-2 고공전략정찰기와 첩보위성 등의 활동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감시 태세를 강화하고 북한 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군사분계선(MDL) 등 인근에서 특이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방부 측은 "기본적으로 통일부의 시각과 다르지 않지만, 군 정보본부가 리 총참모장의 해임 배경과 여파 등에 대해서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에 대해 결론을 열어두고 있지만, 정황들을 종합해볼 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현영철이라는 측근을 군부 핵심으로 기용, 안정적 지원을 확보함으로써 경제 개혁과 민생 안정의 추동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적 정보원을 통한 인물 첩보 수집은 위성촬영이나 통신감청으로 군사 정보를 획득하는 군의 주임무라기보다는 국가정보원ㆍ통일부가 주로 하는 일"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군 지도자 교체는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이 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로 향하는 에어포스 원(대통령 전용기)에서 비공식 기자 간담회를 갖고 "세계에서 가장 불투명한 정부와 사회에서 일어난 인사 이동의 의도를 파악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며 "특정 인사 이동에 대해 논평할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미국의 일관된 대북 정책은 북한이 국제 사회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것과 북한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은 "미국이 물밑으로는 내막 파악과 정보 수집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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