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해임한 지 하루 만인 17일 현영철 대장을 차수로 승진시키는 등 군 지휘부를 급속 재편하는 양상이다. 현영철의 직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후임 총참모장으로 발탁됐거나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북한군 총참모장은 남한의 합참의장 격이다.
북한 군부 내 변화 양상을 놓고 숙청설과 권력 암투설, 쿠데타 모의설 등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별다른 소요사태가 포착되지 않는 점을 들어 군부 재편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60대 초반인 야전군 군단장이 일약 군부의 핵심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북한 군부가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세대 교체에 들어선 것이란 해석이 많다.
북한 군부 변화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정책 결정 시스템이 야전군 출신 인사들에서 총정치국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1위원장 체제가 안정되면서 최측근인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을 맡고 총정치국 제1부국장 김정각과 총정치국 조직담당 부국장인 김원홍이 각각 인민무력부장과 국가안전보위부장으로 영전한 것 등을 볼 때 그런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KIDA) 박사는 "김정일 시절에는 그가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야전군 출신들을 우대한 경향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아직 정치 경험이 적은 김정은은 정치 감각을 가진 군인들을 중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백 박사는 "북한 군부 내에서 총정치국의 기능이 매우 강해질 것"이라면서 "앞으로 총정치국에 어떤 인물이 들어가느냐가 북한 군부 변화의 폭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성택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지난 4월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군부의 1인자 직책인 군 정치국장에 임명됐다. 전문가들은 현영철과 최룡해 등이 김정은과 장성택의 후원을 등에 업고 북한군을 지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대교체의 흐름 속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발탁된 인사들이 주축이 된 군부 요직의 2선 후퇴는 점점 가속화할 전망이다. 70세인 리영호 차수의 퇴진과 함께 군부 내에서 70~80대에 이르는 연로 장성들의 역할도 급속하게 소멸하거나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1,400여명에 이르는 군 장성 가운데 70대 이상은 혁명 세대로 대우받으며 40여년 이상 군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정은 시대에서는 장성 규모를 감축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북한 군부가 세대 교체의 흐름을 탄다고 해도 당분간 대남 강경노선을 수정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