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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변호사 단체 '어필' 1주년 맞아 '홀로서기'/ "난민 인권운동 이제야 뿌리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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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변호사 단체 '어필' 1주년 맞아 '홀로서기'/ "난민 인권운동 이제야 뿌리내려"

입력
2012.07.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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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3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공익변호사 단체 어필은 지난 1년여 간 행정소송 대리 등 법률지원을 통해 10명이 넘는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도록 도왔다. 박해를 피해 한국에 온 지 5년이 넘도록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살아야 했던 콩고인을 지원해 난민 신분 인정을 받아냈고, 지난해 말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서 통과된 난민법의 기틀을 닦는 등 이 분야에서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지난해에는 5살짜리 아이와 함께 외국인 보호소에 불법 구금돼 있던 중국 출신 난민을 발견해 구출하기도 했다.

이런 어필이 최근 소액 후원자 200여명을 모아 드디어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개소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인정한 난민 수가 고작 200여명인데, 이와 비슷한 숫자의 후원자들이 난민을 지원하는 어필의 자립을 가능케 하고 있다. 그간 인큐베이팅 프로그램(기업 등이 신생 공익단체에 일정기간 재정 지원을 하는 것)에 재정적으로 의존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여간 뜻 깊은 일이 아니다. 지난 14일 어필의 '뒤늦은' 1주년 기념식에는 어필의 도움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외국인들과 시민단체 회원 250여명이 참석했다.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우리 단체의 법률 지원으로 국내에서 난민 지위를 얻은 분들을 비롯한 250여명이 기념식장을 가득 메웠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 때 우리 활동이 인정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어필이 그 동안 1주년 행사를 열지 못한 이유는 앞으로 계속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여느 공익단체와 마찬가지로 운영비 문제는 지속적으로 어필의 발목을 잡았다. "사무용 노트북을 살 돈이 없어서 중고 컴퓨터를 후원 받기 위해 로펌들을 돌아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김 변호사가 웃으며 말했다. 후원문화도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대중의 관심이 낮은 난민 지원에 대해 후원을 기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필이 첫 1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김 변호사의 전 직장인 법무법인 소명이 인큐베이팅을 맡아 지난 1월까지 운영비의 60%를 지원해준 덕분이다. 그리고 이제는 월 1만~5만원씩 내는 소액 후원자 200여명이 자립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후원자를 모으는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전국 각지의 로스쿨들을 돌며 난민법과 공익 변호 업무 등을 주제로 강연을 하며 후원자를 모았다. '후원을 받기 위한 가짜 강연'으로 비칠까 봐 강연이 끝날 때까지 후원금 소리는 꺼내지도 못하고 돌아선 적도 여러 차례였다. 김 변호사는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 것 같아서 처음에는 말이 잘 안 나왔지만, 후원금 모집도 운동의 일환이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산소호흡기는 떼었지만, 살림살이는 여전히 빠듯하다. 17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대졸 초임 수준의 월급을 받는 변호사 3명과 인턴 7명이 함께 업무를 본다. 따로 회의실이 없어서 회의할 때마다 책상을 옮기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물론 꿈의 크기는 사무실 크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어필은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함께 외국인 상대 인신매매 방지법 제정을 위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 공항 난민신청 절차를 개선하는 운동과 한국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의 인권 옹호 활동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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