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패 수렁에 빠진 LG의 탈출구는 '죽기 살기'였다.
최고참 최동수(41)는 2-1로 아슬아슬하게 앞서 있어 추가점이 필요한 8회말 대타로 나가 죽을 각오로 2루까지 내달렸다. 에이스 주키치는 2-1로 앞선 6회초 선발 김광삼의 바통을 이어 받아 4일 만에 첫 구원으로 등판해 2이닝 동안 무실점 호투했다. 오른 손등 골절로 자리를 비웠던 마무리 봉중근은 속죄투를 선보였다.
모든 선수가 똘똘 뭉친 LG가 17일 잠실 SK전에서 3-1로 승리를 거두고 지긋지긋했던 7연패 및 홈 12연패에서 벗어났다.
7회까지 2-1로 앞선 LG는 살얼음판 승부를 이어갔다. 8회말 최동수가 공격의 실마리를 풀었다. 최동수는 SK 이재영의 5구째 바깥쪽 높은 직구를 받아 쳐 우중간으로 타구를 날렸다. 40대 맏형의 늦은 발로는 2루까지 무리였지만 전력을 다해 뛰었다. 다행히 송구가 약간 빗나가며 2루에서 살았다.
LG는 곧바로 최동수 대신 대주자 김일경을 투입해 추가점을 노렸다. 6번 김태완이 2루 땅볼로 주자를 3루까지 보냈다. 7번 오지환이 볼넷으로 걸어나간 다음 8번 김태군이 재치 있게 1루선상으로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켜 마침내 추가점을 뽑았다. LG는 9회초 봉중근을 마운드에 올려 2점차 승리를 지켰다.
천금보다 귀한 2루타를 쳐낸 최동수는 경기 후 "무조건 살아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중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공이 입맛에 맞게 날아와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렸다"고 밝혔다. 이어 "타구가 2루타 코스라 생각했는데 막상 1루를 돌고 나니 아웃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전력 질주했더니 운 좋게 살았다. 그 동안 연패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는데 이날 승리를 계기로 다시 분위기가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기태 LG 감독은 "팬들에게 너무 죄송했다.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주키치 역시 "팀이 어려웠던 상황인 만큼 선발이든 구원이든 보직에 신경 안 썼다. 승리에 보탬이 된다면 언제라도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쳐 일궈낸 귀중한 승리였다.
목동에서는 넥센이 롯데를 6-3으로 꺾고 4위를 지켰다. 광주에서는 두산이 에이스 김선우의 활약에 힘입어 KIA를 4-2로 꺾었다. 대전 한화-삼성전은 우천 취소됐다.
광주=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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