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핵개발 의혹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제재로 페르시아만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 지역에 주둔 중인 미 해군이 의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인 소형 선박에 발포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소형 선박이 이란과 관련이 있는지 아니면 미군이 과도한 대응을 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사상자들이 인도인으로 알려지자 인도 정부는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미 해군에 따르면 미 함대 소속 급유선 USNS 래퍼해녹호는 16일 오후 2시50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제벨 알리 항구 앞 15㎞ 해상에서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정체 불명의 소형 선박을 발견했다. 미군은 경고 방송을 했지만 선박이 방향을 바꾸지 않고 계속 접근하자 결국 50구경 기관총을 쏘았다. UAE 외교부 관계자는 "사상자들은 모두 인도인이며 선박은 어선이었다"며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해군의 공격은 두 가지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란 혁명수비대가 페르시아만에서 고속의 소형 선박을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선박의 접근을 이란의 공격 시도로 간주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2000년 예멘 아덴항에 정박 중이던 미군 함정이 소형 선박에 자폭 공격을 당해 미군 17명이 사망한 후 미군은 소형 선박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시어도어 카라시크 근동걸프국방연구소 소장은 "이란이 미군의 방어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하지만 사상자들이 민간인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공격을 당한 소형 선박은 길이가 9m이고 모터가 3개 달렸는데 비슷한 선박이 이 지역에서 고깃배로 사용된다. AFP통신은 사상자들이 인도인 어부라고 보도했다. 선박에서는 군사 장비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외교부 관계자는 "인도 어부가 총격을 당한 비극적 사건에 대해 UAE 당국에 조사를 요청했다"며 "워싱턴 대사관을 통해서도 미국 정부에 철저한 조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이란이 군비를 증강하고 있는 페르시아만에서 대치가 얼마나 빨리 치명적 사건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상기시켰다"고 전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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