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16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중동 평화를 향한 양국 공조를 재확인하고 이란 핵무장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클린턴의 방문은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비공식적으로 이스라엘을 다녀간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다음 주에는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외신들은 미 외교 주역들의 이스라엘 릴레이 방문을 두고 "오바마 행정부가 정권 말기에 중동 혼란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 전략적 투어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난 후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에 미국이 가진 모든 힘을 쏟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최근 이란과 P5+1(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의 핵 협상이 실패로 돌아간 것에 대해 "이란이 실현가능성이 없는 내용을 제안했다"며 "이란 지도자들은 아직 올바른 결정을 내릴 기회가 있으며 그러지 않을 경우 미국은 모든 힘을 동원해 핵무기 개발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같은 입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이란 대응 방안을 두고 그 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이 의견차를 보인 가운데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곧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라며 당장 공격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먼저 제재나 협상을 시도한 후 최후의 수단으로 군사행동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외신들은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한 클린턴의 발언을 두고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이스라엘의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는 데 무게를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6월 이란 핵협상 실패 이후 미국은 이스라엘이 이르면 늦여름께 이란 공격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해 행동을 예의주시해 왔다. 미 시사월간지 더애틀랜틱은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을 공격하지 마세요' 투어를 시작했다"며 "이것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잔뜩 배치하는 것보다 전쟁을 막는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평했다.
대선을 앞둔 오바마 행정부의 유대인 표심 잡기라는 분석도 있다. 겉으로는 중동 평화 유지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정권 말기에서 흔히 나타나는 유세 활동이라는 것이다. USA투데이는 클린턴 장관이 지난 2년 간 한번도 이스라엘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이 모든 활동이 과연 평화 증진을 위한 노력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미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을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도 이달 말 이스라엘을 방문하기로 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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