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격의 자존심 진종오(33ㆍKT)가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금빛 총성을 노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2연패를 정조준 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권총 5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이름을 알린 진종오는 베이징 올림픽 남자 권총 5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이은철이 금메달을 따낸 이후 부진했던 노골드의 수모를 씻으며 한국 사격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이후 그는 국제대회에서 승승장구했다. 2009년 4월 열린 창원 월드컵 대회에서 아시아신기록을 수립하며 1위에 오른 데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월드컵 파이널에서 50m 권총과 10m 공기권총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50m 권총과 10m 공기권총 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이룬 진종오는 한 때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다. 앞으로의 목표에 "모든 것을 다 이루었음"이라고 적어놨을 정도다. 그러나 올 11월 태어날 예정인 첫 아기를 위해 총대를 다잡았다. 2006년 12월 권미리씨와 결혼한 진종오는 태명이 리오(진종오와 부인 권미리씨의 끝 글자를 딴 이름)인 아이에게 반드시 금메달이라는 좋은 선물을 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진종오는 올해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3번째 올림픽 출전을 확정 지었다. 지난 5월 열린 뮌헨 월드컵 50m 권총에서 최하위인 8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뒷심을 발휘해 우승을 차지했다. 진종오는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경기했던 것이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의 집중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다.
올림픽을 앞두고 최종 점검 무대였던 한화 회장배 대회에서 50m 권총과 10m 공기권총에서 2관왕을 달성했다. 10m 공기권총에서는 692.5점을 쏴 대회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유종의 미를 거둔 그는 자신감이 충만해 있다.
진종오는 주로 낚시나 독서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낚시에서 고기를 잡기 위해 집중하는 시간만큼은 다른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한 그는 '1만시간의 법칙'과 '왓칭'이란 책을 통해서도 많은 깨우침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진종오의 가장 큰 장점은 큰 경기 경험이 많고 침착하다는 것. 차영철 KT 감독 및 사격대표팀 코치는 "(진)종오는 경험이 풍부하고 자기 관리가 철저해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한다"고 설명했다.
진종오의 2연패는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달성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격은 멘탈 스포츠다. 자신감을 갖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당일 메달 색깔을 정해주는 것 같다. 모두가 경쟁자이겠지만 당일 경기를 침착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선수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종오는 오는 28일 오후 런던 울위치에 있는 왕립 포병대 사격장에서 열리는 공기권총 10m에 출전하고 다음달 5일에는 권총 50m 사대에 서서 메달 사냥에 나선다.
● 올림픽 사격 새 역사를 부탁해
올림픽 사격 새 역사를 부탁해종오야, 올림픽을 앞두고 선배로서 응원 메시지를 전하게 돼 조금은 쑥스럽구나.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16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한 네가 같은 사격인으로서 너무나 자랑스럽다. 종오의 실력은 의심할 것 없이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자기와의 싸움이 힘들겠지만 너 자신을 믿고 실력 발휘만 제대로 한다면 지금까지 아무도 이뤄내지 못했던 '올림픽 사격 2연패'라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개인적으로 나는 올림픽이 끝난 후 일찍 은퇴를 했는데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훈련하는 종오의 모습을 지켜보면 부러우면서도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앞으로도 30대 후반을 넘어 40대까지 롱런하는 선수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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