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중심의 국정운영 체제를 구축하겠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 출마선언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문재인, 손학규 등 야권 대선주자들도 "대통령 직속 국가일자리위원회 설치", "2020년까지 고용률 70% 달성" 등 '고용률'을 일자리 공약의 핵심지표로 내세웠다. 고용률을 높이겠다는 이들의 다짐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고용률 제고가 말처럼 쉬운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고용률은 실업률과 달리 0.1%포인트를 높이는 데도 사회 구조변화를 수반해야 할 만큼 엄청난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여성과 청년 층의 고용을 획기적으로 높일 특단의 대책이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17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실업률이 두 번째로 낮은 반면, 고용률은 21위로 중하위권에 쳐져 있다. 실업률이 낮으면 고용률이 높아야 할 텐데, 왜 이런 모순된 결과가 나오는 걸까.
이는 유난히 비경제활동인구가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 때문이다.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진 선진국의 경우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라도 구직활동에 나서는 게 일반적이다. 그만큼 실업자 통계가 현실과 가까울 수밖에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굳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도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에 실업자 요건에 맞지 않는 노인ㆍ여성ㆍ청년 등 '사실상 실업자'가 많다. OECD 2위인 실업률이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실업률보다는 전체(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취업자의 비율을 따지는 고용률이 훨씬 현실적이며 이를 정책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명박 정부도 2010년 초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고용률을 경제정책의 핵심지표로 삼겠다"고 선언한 뒤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다.
현재 정부가 내건 목표는 2020년까지 고용률 60%(15~64세 생산가능인구 기준 고용률은 70%)를 달성하겠다는 것. 작년(59.1%)보다 고작 1%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이지만 달성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이유는 고용률의 구조에 있다. 매년 15세 이상 인구가 40만~50만명 가량 늘어나는 상황에서 현재의 고용률 수준(59.1%)을 유지하려면 산술적으로 24만~3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야 한다. 여기에 향후 10년간 고용률을 1%포인트 올리려면 추가적으로 매년 4만여개(약 4,000만명인 15세 이상 인구의 0.1%)의 일자리가 꾸준히 더해져야 한다. 상대적으로 고용참여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고령층이 갈수록 급증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결국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능력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높아져야 한다는 의미다.
고용률이 국정운영의 최우선에 자리하려면 경제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성장률은 높이지만 대기업에 이익이 집중되는 수출산업 대신, 고용을 늘릴 수 있는 내수ㆍ중소기업 지원에 좀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얘기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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