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7개월째인 김정은 체제의 군부 재편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 핵심 주춧돌 역할을 한 리영호 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군 총참모장이 전격 해임됐다. 북 매체는 16일 이 내용을 전하면서 사유를'신병관계'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휴일인 15일 당 정치국회의를 열어 해임을 결정하고, 다음날 새벽에 발표한 전격성 등에 비춰 단순 경질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에 의한 숙청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올해 70세인 리 총참모장은 지난해 12월 2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김정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과 함께 영구차를 호위한 8인 실세 중의 한 사람이다. 김정은 체제 공식 출범 후 김정은의 군부대 시찰 등을 수행했고, 김일성 주석 18주기였던 8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때에는 김정은 바로 왼편에 설 정도로 막강한 위상을 보였다. 그런 그가 하루 아침에 모든 직위에서 밀려났으니 그 내막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관련 당국과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 중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당 중심의 통치시스템 강화 과정에서 군부의 힘 빼기 일환이란 분석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 아래 득세했던 군부에 대해 당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군 강경파를 대표하는 리 총참모장을 해임했다는 것이다. 당 관료에서 군 최고위직인 총정치국장에 오른 최룡해 정치국 상무위원과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주도한 당의 군 통제 강화에 리 총참모장이 저항하다 제거됐다는 분석도 비슷한 맥락이다.
군 세대교체를 통해 군 내부의 김정은 지지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어제 차수로 임명돼 후임 총참모장을 맡은 것으로 관측되는 현영철은 리영호보다 10세 가량 적은 60세 전후 인사로 알려지고 있다. 연쇄적으로 대대적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군 지휘부를 김정은 친위세력으로 재편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 군부의 세력 재편이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킬 수도 있지만 군부 강경파 견제를 견제해 김정은 식의 개방과 변화를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근 파격적인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하고, 부인인 듯한 젊은 여성을 공식행사에 대동하는 등 달라진 면모를 보이는 것도 그런 기대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김정은 체제 내부의 심상치 않은 권력재편이 초래할지도 모를 불안정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동시에 대선 국면이라고 마냥 방관만 할 게 아니라 김정은 체제의 바람직한 변화 유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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