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딱 열흘 남았단다. 무엇이? 제30회 런던올림픽 말이다. 대입 수능도 아닌데 카운트다운이라니, 텔레비전만 틀면 도저히 모를 수가 없게끔 호들갑을 떠는 각 방송사들을 보시라. 매 프로그램마다 코너 위쪽에 연일 디데이를 기록 중이시고, 하루 또 하루 날짜가 마이너스되기 무섭게 메달이 유력시되는 종목을 타깃으로 금이네 따놓은 당상이네 선수들에게 이미 왕관 씌우는 형국이니 어디 부담스러워서 선수들 시합이나 제대로 뛸까나.
물론 나도 올림픽이라면 흥분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내 기억 속 첫 올림픽은 지금으로부터 28년 전인 1984년 LA 대회였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나는 그때 처음으로 스포츠 경기장에서 태극기가 펄럭이고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아무런 목적 없이 절로 쏟아지는 눈물, 그 순수의 뜨거움을 알아차렸던 것 같다.
오늘날 수구는 기본이며 근대 5종까지 올림픽의 전 경기를 빠짐없이 챙겨보게 되면서 나는 1등보다 2등, 2등보다 3등, 그리하여 맨 마지막을 기록한 그 한 사람이 누굴까 순위를 거꾸로 되짚는 습관이 생겼다.
어쨌거나 전 세계에서 어떤 종목에 한해 숫자로 매겨질 수 있는 위치라면 그건 정말 대단한 능력자가 아닌가. 모의고사에서 처음 내 전국 등수를 확인했을 때의 충격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러니 기우로 말하건대 우리 선수들, 메달 놓쳤다고 응원하다 김 새지들 맙시다. 선수들의 기량이 기계처럼 한결 같은 로봇은 아니니까.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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