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5ㆍ16 쿠데타에 대해 16일 "아버지의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2007년 대선 도전 때 "5ㆍ16은 구국(救國)의 혁명"이라고 말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적극 옹호했던 것에 비하면 한 발 물러선 표현이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의 역사 인식에 대한 논란을 정리하기엔 부족한 발언이었다는 평이 나왔다. 박 전 위원장이 산업화와 경제 발전 등 5ㆍ16의 긍정적 결과만 부각시켰을 뿐 박 전 대통령의 집권 방식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군사 쿠데타였다는 점에 대해선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5년 전과 달리 "저와 반대 의견을 가진 분들도 계시니 국민과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언급을 덧붙여 아버지의 과거와 어느 정도 선을 긋는 입장을 취했다. 또 "아버지 시대와 지금 시대는 엄연히 다른 세상이고, 달라진 세상에서 이 시대에 맞는 일을 하겠다"고 말해 아버지의 유산에 매몰되지 않고, 정치와 경제의 민주화를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5ㆍ16을 일으킨 것은 당시 경제, 안보 상황 상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고 공(功)이 많았으므로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는 박 전 위원장의 인식은 5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5ㆍ16은 오늘의 대한민국의 초석을 만든 바른 판단"이라고 했을 뿐 쿠데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반성하는 언급은 전혀 않았다. 이에 대해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산업화 촉진과 경제 발전 등 5ㆍ16의 '결과'가 쿠데타라는 '원인' 및 박 전 대통령 시대의 인권ㆍ민주주의 침해 문제 등을 정당화시키는 것은 아니다"면서 "박 전 위원장이 국가 지도자가 될 것이라면 보다 미래지향적 역사관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신체제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은 "국민과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고통을 겪은 가족들께 깊이 사과 드린다"며 5년 전과 거의 같은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서도 "제가 이사장도 아닌데 해결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며 같은 발언을 되풀이했다.
박 전 위원장 주변엔 "박 전 위원장이 대선 승리를 위해 과거사를 털고 가야 한다"고 얘기하는 인사가 많지만, 박 전 위원장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 친박계 인사는 "박 전 위원장은 과거 정권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매도 당하는 것을 지켜 보며 아버지의 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는 것 같다"며 "아버지의 통치가 당시 상황에 맞는 선택이라는 소신은 불변이며, 공과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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